요란한 발표회마다, 무거운 직책의 변호사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어떤 협회의 무슨 테마이든 행사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참여하는 분들의 이름도 다양해진다. 대개 유사한 내용의 메시지를 주신다. 블록체인에 관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메시지. 틀린 말 아니고, 필요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변호사가 답이 아니다.

당신은 (특히, 블록체인 기술 회사 임직원인 당신은) 지금 변호사가 필요 없다.

물론, 있어서 나쁠 것이 없는 것이 변호사이다. 그들은 각종 의사결정에서 당신이 가진 막연한 두려움을 실제 두려워질만한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준다. 가령, ‘이래도 되나요?’라고 하면, 갑자기 ‘배임이 문제될 수 있어요’라고 형법 교과서를 읊기도 한다. 더 조심하고, 더 검토해서 의사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실, 지금 당장 그 질문은 당신에게 제일 필요한 질문이 아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변호사의 입장에서, 로펌의 입장에서 당신은 제일 매력적인 사람이다.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개념, 특히 주식회사를 분류하는 기준 가운데, 주식의 공모(Public Offering)여부, 공모 여부와 관계된 공시의무의 부담 여부 등에 따라 회사를 크게 두 가지, 즉, 폐쇄회사(Private)와 공개회사 (Public)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폐쇄회사에서 공개회사가 되는 절차인데, 이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다. 이렇게 까다롭고 어려운 기업공개(IPO)를 굳이 하는 이유는, ‘유동성의 확보’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아니, 유동성의 확보라는 식으로 어렵게 말할 필요 없다. 결국, 회사가 돈이 필요할 때, IPO를 고려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돈을 빌려 이자를 줄 수도 있지만,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험(처럼 비춰질 수 있는 이 어려운 과정)을 강행하는 것이며, 이 모험의 여정에서는 변호사들이, 로펌들이 할 일이 많다. 실제 IPO를 담당하는 금융기관마다 합을 잘 맞춘 로펌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IPO가 까다로운 이유는 회사를 공개하면, 회사에 각종 의무가 부담 지워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쉽다. 일반인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 보유, 처분하게 되고, 그 덕분에 주식은 상당히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된다. 회사가 새로운 신 사업에 도전하는 투자를 일으키기 위해서,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에 힘입어 도약을 시작하고, 그 결과, 주주에 대하여 배당을 지급하거나, 그 뿐만 아니라, 초기 투자 금액보다 훨씬 높아진 주식의 가치를 되돌려 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이런 의사 결정을 마친 일반인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배당을 받거나, 높아진 가치의 주식을 시장에 팔아 현금화하거나. 자산의 취득, 처분이 자유롭다. 이렇게 자유로운 자산의 거래는 기존 주식 시장이 모든 당사자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었던 대전제이다. 대전제가 무너지는 순간도 곳곳에 있었지만, 관계부처의 감독과 시장의 자정작용 등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일반인 투자자와 투자의 대상이 되는 회사간의 정보가 불균등하나, 투자의 대상이 될 회사의 정보는 수시로, 정기적으로 공시되어야 하고, 그 덕분에 발전했다고 요약하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 같다. 불특정다수의 이해관계자 모두 최소한 공시되는 내용에 기대어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구조. 이것이 전통 주식 시장의 큰 구조이고, 이렇게 큰 구조의 플랫폼이 매일 같이 운용되는 묘이다. 회사에게 각종 의무를 부여한 자본시장법 기타 제반 법령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나, 회사 혼자 이 모든 것을 검토하기 어렵다. 이 때는, 그러니까 공개회사의 구조와 운영이 각종 법령에 합치되는지 여부에 관한 검토는, 따로 변호사들의 손을 거치는 것이 맞다.

ICO가 IPO가 아닌 이유는 백 가지가 넘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이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ICO의 프로젝트 팀은 공개회사가 아니다. 그들의 정보는 공시되지 않는다. 재무정보 자체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인데 어떤 수준의 공시를 요청할 수 있을까. 그래서 ICO는 IPO와 결이 다르다.

그래도 벤처캐피탈(VC)에서 변호사가 계약서를 보지 않는가? 맞다. VC 단계에서 보는 텀쉿 (Term Sheet)도 간단하지만 꼭 봐야 하는 내용이 있다. 일단, 펀딩이 완료되어 회사로서의 구색을 갖추게 될 경우, 창업자들이 먹튀(?)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보는 구석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IPO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어떤 두려움에서건, 당신 (블록체인 기술회사)이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받아 두었다. 하지만, 그것은 암행어사 마패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변호사가 필요 없다. 있으면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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