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가 연일 화제이다. 투자인데, 예타(예비타당성 검토/조사) 면제라니. 그럼 검토 없이 투자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투자인가? 기부 아닌가? 의문이 의문을 낳기에 뉴스를 몸소 찾아 보았다.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말, 백 년전 통했던 그정책의 일환인 것 같다. 되도록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생각해봤다. 사업 타당성 검토 없는 대규모 사업비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어떤 메커니즘으로 돈이 돌게 한다는 것일까. 사업 타당성 검토라는 것은 돈이 돌 수 있는 조건을 보겠다는 것인데, 안 보고 돈을 뿌리겠다는 말처럼 생각된다고 말하면, 나는 지나치게 겁이 많은 사람일까.

매번 반복하는 잔소리가 입가를 맴돈다. 꼼꼼한 검토 없이 급하게 하겠다는 투자는 그 성격이 의심된다. 나만의 로직(Logic)이 없는 투자는 투자가 아닐 수 있다. 돈의 흐름에 대한 촘촘한 검토 없는 투자는 사실 1회성 잭팟을 노린 투기 아니면, 돈을 놓고 훈훈하게 돌아서는 기부이다. 기업의 가치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예비적 타당성 검토 자체도 꾸미기 나름이라는 말이 나올까 겁난다. 게다가 사실, 예비적 타당성 검토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타당성 검토의 결과에 관하여, 결국 투자하겠다는 결론이 먼저 갖춰진 다음 이루어지는 검토 보고서는 사실 크게 의미 없을 수 있다. 수익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비교 대상 기업군을 필터링하는 작업부터 정해진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미 없는 노동일 수 있다. 그렇게 구색을 갖추기 위한 사업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필요 없다. 오히려 그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만 ‘노 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겁이 난다. 두고두고 화자 되고 있고, 여전히 책임 소재를 다투고 있어 입을 대기 망설여지는 ‘4대강 사업’을 생각해보라. 그 대단했던 장밋빛 미래 대신 녹조라떼만 남았으나, 어마 무시한 투자금은 공중에 흩어졌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과거에도 꼼꼼하지 않은 대규모 투자에 관한 나쁜 경험이 있다. 예타 없는 급한 대규모 투자들을 싸잡아 과소평가할 생각 없다. 진짜 필요한 투자는 널리고 널렸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그 동안 뒤쳐졌던 비 수도권지역에 관한 개발사업의 스피드를 빠르게 돕겠다는 선의가 희석되면 안 된다. 갑자기, M&A의 샛별이 되고 싶다고 인사를 건네던 사람이 생각났다. 그(녀)는 업계 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특수한 상황 덕에 임원직을 얻었다. 굳이 많은 책임이 따르는 그 자리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얘기했다.

‘멋있잖아요.’

M&A가 멋있다는 말, 나는 이 말이 너무 무섭다.

M&A는 자산을 사던지, 주식을 사던지 뭘 사겠다는 사람에게 뭘 파는 일이다. 사는 쪽에서 그 일련의 행위를 ‘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그 투자의 대상 (Target)은 덩치가 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익숙하게 생각하는 금액을 훨씬 넘어선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3000억원 인수’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나오면, 정말 남의 나라 일이다. 일생을 살면서 우리가 아무리 재테크를 해보아도, 3000억원을 모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이 큰 돈을 가지고 뭘 사겠다고 나서면 일단 주목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잠깐의 이목 집중이 멋있어 보인다면, 어쩔 수 없다. 그 놈의 드라마에서는 이 업무가 얼마나 노동집약적인지 알려주지 않아서라고 탓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투자’업무는 절대 팬시(Fancy)하지 않다. 펀딩(Funding)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노동집약적이다. 이 돈을 넣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단기, 중기, 장기 돈의 흐름을 예측하고, 입증하고, 검토하며 진행해야 한다. 나의 투자대상이 나에게 가져다 줄 현금 흐름의 예측하고,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이를 이해시켜야 한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하고, 남의 가정(Assumption)을 검증하고, 내 돈의 안전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그 과정 중 가장 첫 번째 단추를 보통 ‘예비 타당성 검토’라고 한다. 내 투자금의 일생을 뭉뚝하게나마 예측해보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M&A의 샛별은 사업타당성 검토의 약자 (Feasibility Study)가 FS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 M&A 잘하는 자문사를 소개시켜달라는 말에 대응을 하다 알게 된 그(그녀)의 경험은 실사(Due Diligence, DD)단계까지의 의사결정을 해본 적 없었다. 그냥 Fancy한 대장이 되길 바란 그(녀)에게 투자란, ‘돈 있으면 할 수 있는’일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투자란 어렵다. 돈 있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이 돌 수 있는 과정을 확인시키고, 검토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지금의 예타면제 상황에 얼마전 만난 M&A 샛별을 대입시키는 일이 지극히 비약이길 바란다. 예타를 면제해가면서라도 지극히 급해서 빨리 돈이 필요한 일이길 바란다. 대의를 위해서 하는 일이길 바란다. 그래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꽤나 눈길을 끌었던, ICO 초창기에 가졌던 의문처럼, 당신 개발계획상 내 돈이 투자된 그 다음 그림은 어디서 찾아야할지 고민하지 않길 바란다.

나랏님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런 걱정을 하는가.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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