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창

입력 2009-11-24 08:31 수정 2009-11-25 10:42





십몇 년 전에 쓴 졸시 한편

오직 하나에 관한 착각

저녁 노을을 등지고 석계역에서
지평선행 전철을 기다리다가
문득 건너편 아파트단지를 본다

수십 개 아파트동 중에서
오직 한 동 유리창 하나만이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수천 개의 유리창이 나를 보고 있지만
오직 그 하나 내 눈에 빛난다
이 무슨 필연이란 말인가

그 유리창을 찾으러 간다면
만날 수 있을까
그때에도 빛날까
다른 유리창이 빛나지 않을까

이렇게 황당한 환상
그녀는 오직 하나 그 유리창일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미



중학교 영어교과서쯤 될 것이다
golden window 라는 글이 있었다
석양에 비친 먼 먼곳의 유리창을 보고
진짜 황금으로 만들어진 황금창인 줄 알고
아이가 찾아헤매다가
허상임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였다

  쉰이 넘어 팍 쉬어버린 이 나이에도
저녁 노을에 비친 황금창을 보고 가슴이 설렌다
진짜 항금창인 줄 알고 산길 들길을 헤매며
허상을 쫒는 아이처럼 오늘도 나는
황금창을 찾아 헤맨다

  때로는 이름 석자를 찾아
때로는 풍요로운 생활을 찾아
때로는 향긋한 사랑을 찾아
그렇게 헤맸으면서도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거리거리 헤맨다

  이제 더 이상 찾을 것도 없고
찾을 힘도 없고
기댈 언덕도 없는 이 황량한 벌판에서
낡고 모지라지고 스러져가는 몸을 가누면서
아직도 황금창을 찾고 있다

  몇 걸음만 옆으로 비끼면
황금창이 아닌 줄을 확실히 알수 있으려만
잠시만 시간이 흐르면
황금창은커녕 어두워서 구별도 못하게 되련만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도리없이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아직도 황금창을 찾고 있다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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