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선포했다. 조 단위의 예산이 시중에 풀릴 것이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노력은 언제나 바람직하나, 그 결과에 대한 코멘트는, 수험생 조카에게 했던 말을 빌어야겠다.

“최선을 다했으면 되는 거야. 결과는 잊고 일단 기다려!”

실제 조카가 시험을 망쳤다며 의기소침해 할 때, 큰 기대하지 않고 한 말이다. 조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부가 사상 최대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는데, 기대 하지 않는다니? 초치는 말이라고?

지금의 정부 정책은 철 지난 버전 (Old-Fashioned Version)이다. 그래서 기대가 되지 않는다. 단기의 자금으로 짧은 시간에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흑백 사진에서 볼 수 있던 그 옛날, 남의 나라 대통령, 미스터 루스벨트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공황시대를 정면돌파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도 최선인가.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의 한국에서, 경제학 원론 시간, 두세 번째 Chapter에서 보았던 그 기본 원칙이 여전히 최선이길 나 역시 바라고는 있지만, 사실 기대하지 않는다.

언제는 ‘투자 유치가 대박’이라 하지 않았냐고?

정부가 앞장서서 투자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문제다. 다만, 안타깝다.

재정지출은 결이 좋은 투자 유치이다. 3회에서 말한 것처럼 ‘투자 유치는 대박’인데, 더더군다나 결이 좋은 투자가 유치되는 것이라면, 그 재정지출의 대상만 되어도 ‘대박’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는 시장 전체에 옛날 방식의 재정지출이 대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돈이 돌 것 같지 않다. 돈이 돌아야 경기가 부양되건만, 돈이 돌 것 같지 않다. 순환이 담보되지 않는 투자는 투자가 아니다.

돈이 한 번 꽂히고 돌지 않으면, 투기이거나 기부이다. 정부가 투기할 리는 만무하니 이것은 기부이다. 기부의 대상이 된 자들에게는 대박이겠지만, 기부한 정부가 열렬히 원했던 결과는 어렵다. 돈이 돌 수 있는 메커니즘이 먼저 보이지 않으면, 그 돈은 투자가 아니다. 투기이거나 기부이다. 메커니즘이 무엇인가? 거버넌스가 확보된 돈의 흐름이다. 재정지출의 대상에게 현금을 쥐여준 다음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현금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next step에 대해서 거버넌스를 가질 수 있으면 돈이 돈다. 돈의 흐름이 새로운 소비로 최종 실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중간에 새는 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간에 새는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플랫폼에 재정을 지출해줘야 한다. 재정의 지출을 통해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라는 것이 정말 단기 알바와 다른 그 무엇이라면, 어렵고 더디게 가도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 방향을 관찰할 수 있도록, 그 돈의 흐름에 대해 볼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가지는 투자, 그런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재, As-is 상태 역시 이와 같은 예측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분명히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낯선 이름의, 그래도 영어로 만든 이름이라 뭔가 있을 것만 같은 프로젝트가 홍보 중이다. 화려한 호텔에서 하는 밋 업(Meet-up)행사에 직접 참가해봤다. 영어 쓰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뭔가 대단히 세련되고 앞서가는 기술일 것만 같았다.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했다. 실제 코인이 발행되었다.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러니까 ‘투자’했다. 그런데 코인 시세가 말이 아니다. ‘존버’정신으로 버틴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내 돈의 흐름을 생각해본다.

1회적 모금, 펀딩 (Funding)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한 블록체인 팀에게 돈이 들어간다. 프로젝트 팀, 혹은 회사를 대변하는 수 인의 멤버들에게 돈이 돌아간다. 그 다음은 신의성실의무 및 충실의무에 기대는 것 밖에 없다. 그들은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개발 비용이 더 나가는 모양이다. 펀딩 받은 금원을 쓰겠지. 개발하는데에도 돈을 쓰겠지. 갖은 장밋빛 추측 중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익 실현이 어려운지 2차, 3차 펀딩을 위해 노력한다. 투자자들은 그간의 성과를 묻고 싶다. 재무제표 같은 것은 없냐고 묻는다. 그런 경영지원이 있으면 대기업 아니냐고 되묻는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어디로 가는지 자꾸 의구심이 생긴다. 추가 투자를 망설인다.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흩어졌다. 코인은 바닥이고, 거래량은 사망이다. 최초의 펀딩 비용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 돈은 투자의 탈을 쓰고 투기를 지향하다 기부로 끝났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다보니, 비약도 있고, 과장도 있다. 하지만, 요점은 명료하다.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선명하지 않으면, 돈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그 돈의 출처가 개인이든 정부이든, 다음 개체로 돈이 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돈은 투자가 아니다. 투기이거나 기부이다. 좋은 기부는 기부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그 돈은 그냥 누군가에게만 대박인채로, 메커니즘을 부양시키라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눈 녹듯 사라진다. 그 많던 투자금이 가끔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모두가 돈이 없다는데 말이다.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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