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 성곽을 걷는다.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봄날 같다. 성안과 성 밖을 오가며 역사와 문화를 되짚는다. 궁이 보이고 궐과 궐 사이엔 문이 보인다.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은 왠지 초라하고 외롭게 서 있다. 그 자리 그대로였을까? 서궐로 불리었던 경희궁의 웅장함이 없다. 서대문역을 향해 가는 길, 성벽은 보이는데 성문은 없다. 돈의문(敦義門)터로 흔적만 보인다. 서대문이 없다.


  도성 밖을 나가니 빌딩과 빌딩 사이로 옛 저택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3대 부자였던 최창학의 서양식 건물이다. 지하의 넓은 공간과 1,2층 높은 층간 건물이 지금도 손색이 없다. 1938년 지어진 <죽첨장(竹添莊)>이다. 1945년 11월 백범 김구에게 집무실로 사용케 한다. 상해 임시정부의 요인들이 환국하여 <경교장(京橋莊)>으로 이름을 바꾼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활동공간이다. 백범 김구의 집무실이자 숙소이며, 서거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바로 평동(平洞)이다.

 

낙타산 아래 이승만의 이화장, 백악산 아래 김규식의 삼청장 그리고 인왕산 아래 김구의 경교장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3대 역사적 공간이다. 경교는 무악재 따라 무악천이 경기감영 터 적십자병원 앞에 놓여 진 큰 다리다. 경구교(京口橋),경교에서 경교장이 되었다. 국내와 국제문제의 가교역할을 한 공간이다. 건국운동과 통일운동의 성지이다. 또한 민족진영 인사와 국민들과 만남의 장(場)이었다. 이름이 갖는 중요한 뜻을 가슴에 되새기며 경교장을 걷는다.


  대한민국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 경교장은 7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색의 길이다. 근대 건축을 보고자 하는 건축학도나 디자이너는 꼭 가봐야 하는 집이다. 거대한 현대 건축물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 80여 년을 버티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는 길에 꼭 가봐야 하는 백범의 순례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가까운 이곳에서 소박한 감성을 찾아보자. 여유를 찾는 길이 보일 것이다. 행복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성공은 원하는 것들을 얻는 것이고, 행복은 얻는 것들을 원하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말이다.

  

 
인왕산 성곽이 멈추는 곳, 경희궁과 돈의문이 마주하는 곳, 경교장에서 백범(白凡)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더욱 더 삼가라. 새해에는 우리가 김구 선생의 호처럼 백범(白凡)이 되어 길을 걸어보자. 우리네 인생길엔 두 갈래가 있다. 가고 싶은 길 그리고 가지 않은 길이다. 멈추지 않는 길 위에서 나의 길을 찾아 함께 가보자. 검색만 하지 말고 사색을 넘어 탐색도 해보자.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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