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5) 남북교역과 김씨네 돌솥밥순두부 프랜차이즈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는 잘 아는 친구가 하는 맛집, 김씨네 돌솥밥 순두부가 있다. 거여역에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해물순두부, 섞어순두부, 조개 순두부 등 순두부 메뉴만 10개가 넘고, 계절메뉴로는 과메기와 우렁쌈밥이 별미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2-3시에 가도 앉을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도 이 친구에게 조리법을 배워서 순두부 식당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다. 북한이 개방되면 이 친구의 ‘김씨네 돌솥밥 순두부’를 북한 전역에 프랜차이즈를 해보려고 한다.

두부를 만들 때 콩물을 응고하여 압착한 경우에는 단단한 일반 두부로 나오지만 순두부의 경우는 이를 압착하지 않기에 일반 두부와는 다르다. 응고제를 어떤 것을 쓰는가에 따라서 식감이 달라진다. 전통 방식인 염화마그네슘(바닷물)을 쓰면 몽글몽글해지고 하루만 두어도 일반 모두부와 식감이 같아진다. 그 외의 다른 응고제를 쓰면 시판되는 순두부, 연두부와 같이 부드러워진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는 찌개로 끓여먹거나 간장, 파 등의 양념장을 얹어 먹는 게 일반적이며, 중국 남부 지역에 위치한 청도에는 '또푸나우(豆腐脑)'라는 요리가 있다. 또한 중국을 포함한 홍콩, 대만 등지에서는 보통화로는 '또푸화(豆腐花)' 또는 광둥 어로는 '또우파(豆花)'라고 순두부에 적설탕 이나 과일 시럽 등을 섞어서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 푸딩 비슷하지만 더 담백하고, 산딸기나 블루베리 등 생과일을 얹어 먹으면 매우 맛있다. 오히려 이 쪽 지방에서는 한국처럼 순두부에 짭짤한 양념장을 쳐서 먹는 것을 괴상한 음식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며, 카리야 테츠도 순두부의 디저트식 취급에 당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요리로 알려져 있고, Tofu로 발음하는 일반 두부와 달리 한국어 그대로 슨두부로 읽는다. 그리고 순두부는 일본의 유명한 여성 아이돌 그룹인 AKB48의 총감독 멤버 요코야마 유이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순두부찌개를 맛나게 먹고 있는 인증사진이 유명해져서 한국에서 '유이항'의 별명은 '슨드브쨩'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북한에도 순두부 음식이 있다. 황해도의 김치순두부가 유명하다. 불린 콩을 갈아서 끓이다가 신 김치를 넣고 끓이는데, 남한에서는 요즘 볼 수 있는 순두부와는 달리 두부가 엉겨 있다. 하지만 북한 자료나 음식 소개에 순두부에 관한 글이 많지 않다. 아마 널리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닌 모양이다. 하긴 내 기억에도 남한에서의 순두부찌개가 인기 있는 음식이 된 것도 최근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순두부찌개도 최근에 외식이 성행하면서 개발된 현대식 한국요리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음식점을 프랜차이즈 하려면 가게 하나 운영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본점에서 의도한 요리의 맛이 대리점 식당에서도 나야 한다는 점이다. 맥도날드, KFC 등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들이 성공한 점은 세계 어디를 가서 먹어도 맛이 균일하고 서비스의 품질의 일정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의 맛을 아니까, 안심하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고, 또 메뉴도 전 세계 공통이니 편한 마음으로 ‘빅맥세트’를 시킨다. 그런데 김씨네돌솥밥 순두부는 내 친구가 부인과 같이 하면서 종업원 대여섯을 두고 하는 전형적인 자영업형 식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식당의 입맛은 근처 동네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거여동형’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청량리나 강릉사람들에게도 맛있다는 평판을 들을지는 평가를 해봐야 한다. 하물며 우리보다 춥고 덜 맵게 먹는 북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지도 테스트해봐야 한다. 마침 청진과 평양에서 온 분들에게는 적당한 식당을 물색해달라고 부탁해볼 수는 있겠다. 일단 메뉴의 전문성과 서브메뉴의 다양성 면에서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에 해물 순두부, 버섯 순두부, 소고기 순두부, 굴 순두부, 곱창 순두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못 만들 정도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런 식재료들이 풍부하지 않아서이다. 그런 면에서 신선한 원재료들을 구할 노하우가 있는 이 친구에게는 충분한 강점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주인이 직접 재료를 시장에서 구매하고, 요리를 하는 것은 주방장이 하는 식당과는 다르게 맛이 일정하고 알차다. 원재료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단기적인 가격의 등락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 식당 두어 곳에서 시험을 해보고, 파일럿 식당을 평양에 열어본다. 평양은 인구 300만이 사는 북한 제일의 도시이자, 부유한 도시이다. 살기 위하여 먹는 사람들보다는 먹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보다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남한에서 잘 훈련된 종업원을 평양대리점장으로 시키거나, 그 친구가 자주 평양에 가서 요리 및 경영을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프랜차이즈가 커지게 되면 대리점 수를 늘려야 한다. 이때부터가 진짜 문제이다. 북한 대리점 식당이 한둘일 때는 남한에서 우편이나 택배로 보내면 되지만, 규모가 커지면 간이 운송과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럭이나 전문 운송업체에 맡겨야 한다. 게다가 북한으로 보낼 때 북한 식약당국의 검역을 일일이 매번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야채 같은 신선식품은 냉장차로 쏜살같이 달려서 평양에 도착해야 상하지 않게 제 맛을 내는데 북한의 관료적인 검역과 형편없는 도로 사정도 문제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하루가 걸린다면 아무리 냉장해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또 하나의 어려움은 맛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서는 식당 종업원들이 본사의 조리법을 잘 따라야 한다. 어느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던 CEO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자기가 직접 전골을 끓이면서 고추장, 생강, 야채, 고기 등을 순서대로, 정하진 양을 넣으며, 그때마다 이제는 야채를 먹어라, 이제는 순대를 먹어라, 이제는 국물을 먹어라 하는 식의 잘 안내를 해주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다른 대리점 식당을 가서 종업원이 해주는 대로 먹었더니, 맛이 많이 달랐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문제는 종업원이 정해진 조리법대로 하지 않아 같은 브랜드 식당이라도 맛이 각각이라는 점이다. 이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평양, 청진, 신의주, 원산 종업원들이 늘 같은 순서대로, 같은 양의 식재료를 조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종업원 관리과 교육이 필수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의 사례를 보면 남한 사람이 북한의 종업원을 직접 교육시키지 못하게 되어 있다. 반드시 북한의 관리를 통해서만 종업원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명 되지 않는 식당 프랜차이즈가 그런 어려움을 감당하려면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하드웨어적인 기반보다는 종업원의 마인드와 교육제도 같은 소프트웨어가 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만 되면 한여름에도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라고 소리치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을 보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다. 겨울에는 뜨거워서 몸 녹이기 좋고, 여름에는 뜨거워서 목구멍이 시원한 순두부찌개를 누가 싫어하랴~

아, 그리고 또 하나, 김씨네돌솥밥 순두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사장의 인격이다. 사장이 마당발일 정도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며 자기주장을 잘하면서 남을 배려한다. 그래서 동네 산악회와 동창회에서는 일부런 남한산성을 올라갔다가 그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장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성격도 경영상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점도 북한 종업원에게 교육하면 남북한 사람들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타협하며 서로 원하는 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식당은 맛만큼이나 서비스도 중요한 점을 북한에 알리는 종업원 교육도 준비해야겠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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