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은 “의사결정 시점 이전에 지출되어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으로 정의되는 경제학 용어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기 투입된 매몰 비용이 현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서 사업 자체의 지속 경영 여부를 결정하는것과 같은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기 투입되어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가르침입니다.

누구나 정상적인 사업가라면,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추가로 투입될 비용과 예상되는 수익을 따져보고 사업의 지속 여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적자를 감내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기존에 아무리 많은 금액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업가들은 이른바 ‘매몰비용 오류’에 빠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지속하다 결국 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매몰비용 오류’에 대하여 행동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에 매달리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성향은 인간의 합리성이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제한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미 투자된 금액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식 투자자의 경우, 자신이 매수한 가격에서 손실이 날 때, 투자 전에 미리 정해 놓은 손실 한도에 도달하더라도 냉정하게 손절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인데, 이는 대표적인 매몰 비용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며, 이 매몰비용이 크면 클수록 ‘손실 회피 기제’는 강하게 작동합니다.

최근 블록체인 분야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암호화폐 거래소 경영자들을 몇 명 만나 봤습니다.

상당수의 거래소 대표자들은 거래소 시스템 개발하느라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투자자가 줄어들었다고 사업을 포기하고 거래소를 접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표 암호화폐의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오른다고 이미 손에 익은 일류 거래소에서 이류 거래소에 사람들이 몰리고 알트 코인 가격이 오를까요?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전 세계 거래소 게임은 어느정도 승부가 난 게임으로 보입니다.

거래소 사업 자체가 장치 사업이자 서비스업이기에 남들보다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탄탄한 운영 기반을 갖추고, 해킹에 철저하게 대비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더 쉽게 만들고 각종 법적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누구나 거래하기 쉽고, 다양한 상품을 론칭해서 투자자의 발길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이미 수익이 잘 나고 있는 거래소에서는 쉽게 도입할 수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거래소에서는 허들을 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행운을 바라며 적자 상태로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끌고 나가고 있는 경영자들을 바라보면서 자칫 일부 경영자들이 막바지에 몰려 먹튀로 변질될까 걱정스러운 생각도 머리를 스칩니다.

그러나 매몰 비용에 대한 시각을 조금 바꾼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래소 사업자 입장에서 이미 투자한 거래소 시스템 개발비 **억 원이 아깝다는 관점을 버리고,  향후 유지보수 및 추가 개발에 들어갈 비용을 냉정하게 추산해 보고, 시장이 회복되고 꾸준한 노력으로 투자자가 증가하여 BEP 달성이 가능한 시점을 추정해 보고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 또 그 이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 본다면 조금 더 유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결코 좋은 예측 결과는 나오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사업체를 매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메인-넷 개발자나 댑 개발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개발비용이 부족한 것이 여실히 예측되면서, 사업 개시 후 성공적인 론칭 역시 만만치 않다고 판단 될 경우,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통한 공동경영으로 불필요한 이중 비용을 제거하고 조금이라도 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기 발행한 코인의 상호 스왑을 통해 코인 가격의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이루며 또한 신규로 추가 자금조달을 시도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사업권을 매각해서 경영권을 포기하고 지분을 보유한채로 투자자의 위치로 물러서서 협조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하나의 사업체로 합병시켜 하나의 사업체에서 2개의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투자자들의 반발과 어려움은 분명 있지만 그냥 없어지느니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코인을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봅니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사업을 접는 방법인데, 이미 진행된 사업과 유통되고 있는 코인 및 투자자로 인하여 적당한 해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으로 시장은 얼어붙고 투자자는 등을 돌렸고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는 것이 사업가의 숙명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매몰비용에 매몰되지 말고 매몰 비용 자체를 판단의 근거에서 삭제하여 아예 매몰시키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권해드립니다.

 

그러나 현재 블록체인 산업 경영자들은 매몰비용에 온통 매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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