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부리는 건 하급이다. 힘이 두려워 모인 무리는 힘이 빠지면 바로 흩어진다. 명예로 부리는 건 중급이다. 명예에 흠집이 생기면 무리는 서로 눈치를 본다. 떠날까 말까. 마음으로 부리는 건 상급이다. 마음으로 따르는 자는 힘이나 명예를 곁눈질하지 않는다. 힘이 빠져도, 명예에 흠집이 생겨도 그 마음 그대로 따른다.

위·촉·오 삼국시대의 문턱 무렵, 유비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인재를 모으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서서(徐庶)다. 비범한 지혜에 탄복한 유비는 서서를 군사(軍師)로 임명했다. 어느 날 서서가 유비에게 말했다. “융중(隆中)이라는 마을에 천하에 보기 드문 선비가 있습니다. 성은 제갈(諸葛), 이름은 양(亮), 자는 공명(孔明)입니다. 세인들은 그를 ‘와룡(臥龍)’이라고 부릅니다. 주공께서는 왜 그분을 청해오지 않으십니까.”

이튿날, 유비는 관우·장비와 함께 직접 융중으로 떠났다. 초라한 초가집(草廬)이었다. 유비가 사립문 밖에서 인기척을 내자 동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선생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습니다.” 며칠 후 제갈량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유비는 말을 달려 다시 융중을 찾았다. 한겨울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다. 이번에도 제갈량은 집에 없었다. 세 번째 융중을 찾았을 때는 예를 갖추기 위해 제갈량 초가집에서 반 리나 떨어진 데서부터 말에서 내려서 걸었다. 초당에서 잠자고 있던 제갈량을 깨우지 않으려고 관우·장비를 사립문 밖에 세워둔 채 초당 댓돌 아래서 홀로 기다렸다.

자신의 초가집으로 몸소 세 번이나 찾아온(三顧草廬) 정성에 감동한 제갈량은 그 순간부터 재능과 지혜, 마음을 다해 유비를 보좌했다. 당시 제갈량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후에 제갈량은 ‘출사표(出師表)’에 그때의 심정을 담았다. “신은 본래 포의(布衣·빈천한 사람)로 밭갈이하며 구차히 목숨이나 보존하려 했을 뿐,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선제(先帝·유비)께서 신을 천하다 생각지 않으시고, 황공하게도 스스로 몸을 굽히시어 세 번이나 초막으로  찾아오셔서 신에게 세상일을 물으시는지라 이에 감격하여 선제를 좇아다닐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누군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신의 진심으로 상대의 진심을 움직여라. 진심은 쉽게 통하지 않는다. 세월을 익히고, 뜻도 익혀야 한다. 하지만 한 번 통하면 오래간다. 당신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당신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왜곡된다면 당신의 진심을 살펴봐라. 대개는 그 안에 답이 있다. 때로는 타인이 당신보다 당신 마음을 더 잘 안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