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목멱산에서 진천까지 길을 향한다. 한강 건너 태령산을 지나니 진천이다. 충북과 충남 그리고 경기도의 접경지역이다. 삼국시대 김유신이 태어나 태실이 있는 역사적 요충지이다. 산이 많고 들이 넓어 예로부터 중요한 도시이다. 안중근 의사가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 태어난 곳이다. 100여 년 전 역사 속 인물인 보재 이상설 선생을 만나러 길 위에 서 있다.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했던가. 산 높고 천이 많으니 들판이 평야지대이다. 스러져가는 조국을 위해 헤이그 특사로서 만국회의에 열정을 다 바친다. 돌아올 수 없는 땅, 돌아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난다. 진천에서 한양으로, 한양에서 용정으로 그리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정처 없이 길을 걷는다. 밝게 빛나는 한인 마을을 세우고, 끝없는 교육을 위해 서전서숙을 만든다.



 “나라를 잃어 나라를 울고, 집을 떠나 집을 울고, 이제 몸 둘 곳 조차 없으니 몸을 우노라” 보재 이상설 선생이 생의 마지막에 읊은 시(詩)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하바로브스키까지 독립운동을 하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망명 후 10여 년 만에 가족들과 짧은 재회를 한 후 47세 청춘의 나이에 이국땅에서 외롭게 잠든다. 100여 년 전 우리의 슬픈 역사가 흐른다.

  한겨울 소한(小寒) 추위가 다가온다. 1년 중 강한 추운 23번째 절기이다. 살을 에는 바람에도 보재 이상설 생가에 햇빛이 계속 머문다. 탱자나무로 둘러싼 울타리에도 대한(大寒)이 지나면 꽃망울이 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이상설 선생이 꿈꾸는 봄날도 곧 올 것이다. 2019년은 삼일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야 했던 길처럼, 그 길 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새로운 길이 있다. 산과 산이 이어지듯, 천과 천은 만난다. 길 위에서 길을 찾듯이 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야 할 시간이다. 길 따라 강 따라 걸었던 진천 옛길에서 100여 년 전 시간여행을 한다.

 그날의 함성을 담아 길을 걷고, 나의 길을 찾아 나선다.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