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색내는 말 한마디 하고 시작해야겠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의 취지가 잘만 전달된다면,
제일 신날 곳은 국세청(NTS)이다.

왜냐고?

그건 세수가 넘쳐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사실 신날 곳은 더 있다. 세수를 확보하여 재정 밸런스만 더 잘 맞춘다면, 개인 소득세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면, 그야말로 ‘존버’ 정신으로 살아온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굳이 해가면서, 이목을 끄는 이유는 하나다. 블록체인 산업을 설명할 키워드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될 것이므로...

거버넌스라니? 블록체인의 조상님이 진노하실 이야기라고?

가상화폐의 출발점이 ‘탈중앙화’라는 점은 잊었냐고?

그렇지 않다. 블록체인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거버넌스가 잡히지 않고는 선순환을 탈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밋업(Meet up)’행사에 돈을 뿌리며 홍보해도,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하는 신산업 생태계는 계속해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중앙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이 모든 시도의 방향이 도로 다시 거버넌스라니.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진짜 의미의 대중화(Mass Adoption)를 위해서이다. 대중화는 안전성이 우선된다. 거래가 활성화되어도 걱정이 앞서지 않아야 한다. 그 새로운 신종 거래가 제도적으로도 허용될 만한 것이라는 '싹'을 보여야 한다. 그 여러 가지 '싹'에 관한 것 중의 하나가 세금(Tax)이다.

지난 회 말미에서 잠깐 언급했던 바와 같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상화폐를 떼어 놓기는 어렵다. 그 본질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가상화폐 이야기를 모르는 척 하면서 이 산업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인데, 이 가상화폐의 주요 컨셉만 놓고 보았을 때 문제가 있다. 거래할 때마다 그 가상화폐를 주고 받으라고 장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가 일어나고, 거래를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는데, 그래서 이익을 본 상대가 분명히 있는데, 그 이익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그 이익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렵고, 그래서 어느 만큼의 과세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용자에게는 ‘미치도록 남용하고 싶은’ 수단이 되고, 과세당국에게는 ‘미치도록 말리고 싶은’수단처럼 보인다. 이 경우, 과세당국의 선택은 안전 제일 주의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잘 모르겠고, 문제점의 성격이 파악되지 않으니, 일단 금지시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보수적이어야 하는 관계당국의 본질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회사의 지분을 사는 일도, 세금 문제 때문에 망설여지는 측면이 많다.

지분을 사면 되는데, 왜 가상화폐 이야기를 하느냐?

블록체인 회사는 회사니까, 지분의 가치를 평가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필요하다. 지분의 가치를 평가하려니 문제라는 말이다. 회사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그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도 평가된다. 블록체인 회사는 회사의 영업 가운데 일부분에 관하여 가상화폐를 대가로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그 대가로 주고 받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일정부분 평가되어야 함은 물론, 보유하고 있던 화폐를 처분했을 때도, 그 처분 차익 상당액이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주고 받은 거래를 가지고, 그 회사의 현금흐름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기준일 당시 회사의 자산을 평가하기 어렵다. 취득한 지분이 얼마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지분을 팔았다는데 얼마의 양도차익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거래를 장려하기 싫어진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이 거래는 하지 마라. 이렇게 가장 나쁜 결론도 가능하다. 이 결론을 탓할 수 없다. 이 시각은 블록체인 기술의 선도기업들이 넘쳐난다는 실리콘 밸리(Bay Area)의 주요 자문사들(Deloitte, EY 등)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이다.

아주 단순화해서, 아주 부정적인 결론이 가능함을 이야기 했으나, 나는 거버넌스를 단순화하여 설명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거버넌스야 말로 입체적인 시각에서 판을 짜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단순한 논리로 복잡하다고 모든 생태계를 포기한다면, 중앙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코인’이 남긴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해에도, 무수히 많은 밋업이 있었다.

밋업(Meet up)이라니. 도대체 뭘까.

최초에 밋업 행서에 방문할 것을 요청 받았을 때, 듣도 보도 못한 이 행사 제목 때문에 상당히 고민 되었다. 겪어보니, 이 행사는 단순히 ‘만납시다’의 차원을 넘어선, 일종의 IR 현장 같은 행사였다.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밋빛 미래의 대전제가 빠졌기 때문에, 장밋빛 미래가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장밋빛 미래의 대전제는 ‘정밀한 거버넌스(Sophisticated Governance)’이다.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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