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5 남북교역과 조선생산성본부

남북경협이 제대로 성과를 올리려면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오히려 남북한 모두 공멸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남한의 ‘생산성 본부’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북한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사업을 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2018년 말 현재 남한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인 20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남한의 노동생산성과 비교하여 북한의 노동생산성은 남한의 약 1/4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남북한 노동생산성 비교에 관한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에 의하면 1990년 북한의 노동생산성은 남한 대비 1/7 수준이었나, 1998년에는 1/16 수준으로, 2012년에는 1/21 수준까지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다. 2012년 기준 북한의 노동생산성 약 270만 원은 남한의 1980년 1인당 노동생산성 약 285만 원 수준과 유사하다. 산업별 1인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북한의 SOC·건설은 남한 대비 1/7 수준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며, 다음으로 1차 산업(1/9 수준) 순이다. 제조업의 경우 남한 대비 1/38 수준으로 매우 낮고, 특히 경공업의 경우 1/39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은 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 때문에 고전했었다. 미국의 소리방송 (VOA)가 2015년 3월 방송한 내용에 따르면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북한의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성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회장은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입주기업들이 공단의 생산성 한계를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에서 150 명이 하던 일을 인도네시아에서 100명이 했는데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도 공단 근로자들의 생산성에 비춰볼 때 임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단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생산성 문제를 굳이 공론화하지 않고 북한 노동력의 상대적인 이점만을 부각해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평양이나 청진 등의 북한 전역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현재 남한에서 예상하고 있는 남북한 경협비용은 몇 배로 올라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남한의 노동생상선을 기준으로 하여 예측하였는데, 북한 노동자의 생산성은 남한의 1/3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남한은 얼마를 투자해야 할까도 고민해봐야 한다. 1988년 남한의 1인당 GDP 5,000달러(1인당 노동생산성 약 1,000만 원) 달성까지 9년간 약 28조 원의 인적자본육성비(연평균 약 3조 원, 1인당 68만 원)가 지출하였다. 또한 1995년 1인당 GDP 10,000달러(1인당 노동생산성 2,500만원)달성까지는 약 70조원에 달하는 인적자본육성비(연평균 약 10조 원, 1인당 164만 원)가 추가로 투입되었다. 현대 경제연구원이 남한의 경로를 토대로 북한의 1인당 GDP 5,000달러 달성까지의 소요 비용을 추정한 결과, 약 55조 원 (연 평균 약 6.0조 원, 1인당 220만 원)의 인적자본육성비가 소요된다. 다행히도 북한의 노동생산성은 남한의 1980년 수준 정도로 추정되나, 개성공단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북한 인력은 비교적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에 대한 빠른 이해 및 습득 능력이 있다. 그러한 믿음의 바탕에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교육기관 수와 학생 수는 남한에 비해 적은 수준이며, 특히 대학의 경우 기관수는 남한 대비 4배 이상, 학생 수는 6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보다 인구가 2배 이상 적은 것을 고려하면 교육기관과 학생 수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특히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사회상 대비 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향후 경협 재개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로는 남한의 ‘한국생산성 본부’가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1957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 정부의 수입대체산업의 생산력 확대 정책에 발맞추어 생산성 향상 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했다. 국내 처음으로 기업진단사업을 시작하여 현대적 경영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개척자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생산성 향상 운동의 필요성과 효과를 홍보·계몽하기 위해 월간 경영지 및 생산성전서 등을 발간하고 경영전시회와 강연회, 전국대학생 생산성토론대회 등을 개최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생산성 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하였고, 남한이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루는데 공헌을 했다. 북한에서 생산성 향상 교육을 시작한다면 우리가 1950년대 했던 생산성 마인드를 심어주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핵심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아우르는 산학 일자리 매칭 플랫폼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발전의 중간단계는 생략하고 198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북한의 기술과 사회를 바로 2020년의 미래 사회로 진입시켜야 한다. 북한에 설립할 ‘조선생산성본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별·직무별 교육프로그램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과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교육해야 한다.

조선생산성본부 설립에 필요한 자금지원은 현재 남한의 ‘한국생산성본부’와 같이 남한의 산자부 산하로 하거나, 북한의 내무성 또는 교육성 산하로 하고, 남북한에서 공동으로 투자를 하면 된다. 그리고 교육비는 수강생을 보내는 기업에서도 일부 부담하게 하면 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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