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4) 동호회 총무와 초인종 효과

엘리베이터가 딱 한 대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 있었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고, 자주 오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고, 건물 관리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을 고용했다. 그 들은 엘리베이터를 한 대 더 설치하라고 했지만 어마 어마한 비용 때문에 건물 관리자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심리학자를 초빙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가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지루함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은 불과 3분 정도의 미미한 시간이라는 것을 조사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지루한 기분이 들고, 원래의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 지루함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석을 마친 심리학자는 엘리베이터 앞에 전신 거울을 하나 놓으라고 조언했고,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3분 동안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고객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상황을 ‘초인종 효과 (doorbell effect)’라고 부른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중에서)

이 개념은 미국 디자인 전문 업체 아이디오(IDEO)의 대표인 톰 켈리의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 처음 언급됐다.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했을 때 기계 안내 메시지만 들리면서 안내원에게 연결되지 않는 몇 분이나, 물건을 주문한 후에 택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객들은 자신이 기다린 시간이 실제 소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갖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하거나 비디오를 틀어 주면서 초인종 효과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쿄의 디즈니랜드에서는 기다림에 유난히 민감한 고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짧은 시간 동안 고객이 기다렸다고 할지라도 ‘고객님,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응대하는 것이 매뉴얼화돼 있다.

모임을 주관하는 총무도 회원들과 어울리면서 이런 ‘고객만족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임의 회원을 늘리는 것은 총무에게는 지난한 어려움 중의 하나이다. 동창회, 향우회같이 애초부터 가입 조건이 정해져 있는 모임은 더욱 그렇다. 같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나왔다고 모든 동창이 다 동창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회원은 소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무턱대고 동창회나 향우회에 가입시킬 수는 없다. 가입을 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입을 바로 취소하거나 조용히 탈퇴한다. 동호회도 그렇다. 마라톤 동호회라고 모두 잘 뛰는 것은 아니다. 잘 뛰고 싶어서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마음에 어렵사리 동호회 모임에 쭈뼛하면서 처음 참가했는데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면 그는 어색한 마음에 돌아설 수도 있다. 잠재 신입회원이 어색함을 느끼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누군가 우리 모임에 들어오겠다고 초인종을 눌렀다면, 바로 총무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두 손을 배꼽 밑에 모으고 공손히 인사해야 한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이 세상 최고인 우리 모임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해야 한다. 요즘 사람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가?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모임은 활기를 잃어버린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사라지면서 점차 활기를 잃고 있다. 심지어는 아이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한둘이 아니다. 동호회 같은 모임도 그렇다. 사람들의 취미가 다양해지고 즐길 것이 많아져서 이런저런 모임의 종류가 많아지는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 하나면 몇 날 며칠이고 심심치 않게 지낼 수 있다. 그런 마당에 어렵사리 간 모임에서 아무도 아는 척해주지 않으면 멋쩍어서라도 못 간다. 기업은 고객이 초인종을 누르면 3분 이내 대답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다. 모임에서는 신입회원이 홀로 있는 모습을 보이면 3분 이내까지는 아니어도 그를 환대하여야 한다. 늘 아는 사람, 늘 보던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좀 늦추거나 멈추어도 된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처음 왔는데 반겨주더라는 모임과 갔더니 아는 척도 안하더라는 모임, 어느 곳을 더 가고 싶겠는가?

 

회원을 늘리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라면, 늘린 회원들이 모임에 머물게 하고 오래 같이하도록 하는 것은 총무의 역할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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