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는 두 개의 핸디캡을 갖는다. 자랑하기 위한 핸디캡과 내기 골프할 때 쓰는 핸디캡.
-밥 아이런스(Bob Irons)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30달러 정도의 회비를 내고 USGA 핸디캡 인덱스를 관리받기도 합니다. 이것은 골프장마다 정해져 있는 코스 레이팅, 슬로프 레이팅을 감안하여 스코어를 산출하는 방법입니다. 토너먼트 대회에 나가서 주로 이 스코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일반적으로는 최근 스코어의 대략적인 산술평균으로 자신의 스코어를 얘기합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코스·슬로프 레이팅이 있는 골프장이 적어서 공식적인 스코어를 산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골퍼 자신들이 느끼는 대략적인 스코어를 얘기하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평소 실력보다 낮거나 높게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경험상으로는 대체적으로 자신이 치는 핸디캡보다 낮춰서 스코어를 얘기 합니다. 본인이 직접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요.

저도 지인이 다른 사람에게 평소보다 좋았던 스코어로 소개해서 라운드 초반에 긴장감을 가지고 라운드한 적이 있습니다. 평상시보다 잘못 치게 되면 스코어를 속인 꼴이 되니까요. 그래서 이런 경우 초반 몇 홀은 조금 신경 써서 치게 되고 몇 홀이 지나면 평소의 페이스로 돌아오게 됩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스코어가 좋다.’, ‘드라이버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 힘이 들어가고 긴장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샷이 잘될 확률은 더 낮아지고, 미스샷이라도 하게 되면 더 당황하면서 경기 흐름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반대로 평소 실력보다 핸디캡을 너무 높게 잡는 겸손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핸디를 더 받고 시작하기 위해서나 내기 골프에서 이기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높이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경우 평소보다 잘 치게 되면 동반자에게 미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골프 스코어라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때에 따라 골퍼들에게 보이지 않는 중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그 골퍼가 잘 했던 스코어를 얘기하는 것보다는 최근 실력에 가까운 부담스럽지 않은 스코어를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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