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4) 동아리 총무와 안나카레니나법칙 :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이름 붙인 '안나카레니나의 법칙'이란 게 있다.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란 구절로 시작하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집안은 화목하고 넉넉하고 걱정 없는 등 모두 비슷하지만 잘 안 되는 집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천차만별이란 현상을 담은 법칙이다. 그 내막을 더 깊이 살펴보면, 갈등의 내용도 다양하고, 이유도 많고, 상처도 많다. 가족들끼리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거나 같이 식사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가 마주하는 순간에는 부정적인 말로 서로에게 상처만 잔뜩 준다. 따뜻한 대화는 없고, 마음에서 독만 내뿜고 있다. 모처럼 대화를 시도해도, 서로 상처만 주고받고, 욕설과, 폭언과 무시하는 말로 끝내는 것을 본다. 여기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가족은 불행할 확률이 높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껴야 하고 경제적 상황, 자녀 교육,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하고 만족하도록 노력하여야 비로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사내 동아리나 동창회와 같은 비공식 조직의 모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동아리들은 누가 억지로 끌어당길 수 없다. 자기가 좋아야 나온다. 그것은 회사내의 모임이라도 공식적 조직인 부장, 과장이 이끄는 *** 부, ***과, ***팀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공식적인 조직은 리더가 인사고과, 승진 등으로 상을 주거나 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아리는 다르다. 부장이 신입 회원에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되어있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거나 내보내는 수밖에 없는데, 본인이 나가는 것은 자유롭지만, 동아리 회원을 내보내는 것은 리더도 상당한 부담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회원은 각자의 불만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행한 가정에서처럼 모임이 잘 안될 이유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리더가 싫고, 다른 회원이 싫고, 모임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고, 모일 때 먹는 식사가 마음에 안 들고 ..... 그리고 그런 불만이 있는 모든 회원들을 만족시킬만한 금전적, 심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모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안나카레니나의 법칙을 동아리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발전하고 회원이 모이는 모임은 모두 엇비슷하고, 잘 안되고 정체되는 동아리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모임에 불만을 가진 회원들이 서로 반목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협력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제각각이라는 말이다. 이런 동아리는 잘 모이지도 않지만, 서로 간의 대화도 부족하다. 동아리의 총무는 회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불만 있는 회원들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회원들이 무엇 때문에 상처 받고 있는지 질문하여야 한다. 비록 불만이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동아리에 남아있는 그 회원의 헌신과 애정에 공감하면서 마음을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깨지는 이유는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잘 되는 모임은 모두 행복하다. 그렇다면 모임이 잘되게 하는 이유도 하나이다. 회원들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총무가 잘 듣고 회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노력은 혼자 해서는 안된다. 모임이 잘 되도록 모든 회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잘 되는 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모두 행복하려고 노력하듯이 말이다. 회장은 모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총무는 회원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