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면접 과정에서 아래의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당신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제 수준에 대한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나님이 누군지 아느냐’와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액수를 늘어놓는다면, ‘이번 채용이 이 사람 인생에서는 ‘한 탕’이 아닐까’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유사한 스펙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연봉이 형성되어 있다. 일단 채용이 된 후, 검증을 통과하면, 그 때야 능력별로 차등적인 연봉 형성이 가능하지만,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 덕분에 호기롭기만 한 대답은 오히려 역효과이다. 본인에 대한 지극한 자기애가 비극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거품이 꼈다는 말, 버블이라는 말, 가치의 과대평가라는 말, 사실 모두 같은 맥락이다.

주식의 가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역시 우리들의 연봉협상과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가치평가의 방법에 대하여 검증이 가능한 점이 다르다.

산업 분야별로, 기업의 단계별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우리들 모두 아는 일반적인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을 사용하면서 가정한 전제, 변수, 기타 여러 가지 논리들을 따라가면, 그 논리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고, 설득될 수도 있다. ‘아, 이래서 이 정도 가치라고 생각하는구나!’에 대하여 생각보다 막연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에 관하여, 혹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기업의 가치 평가라는 것도 결국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아닌가요. 가치라는 것은 어떻게 얘기하는지 얘기하기 나름이죠.”
이 말은 맞고, 이 말은 틀리다.

가치 평가의 대상이 ‘스타트업’이라면, 스토리 텔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기존에 영업을 계속해오던 영업연도마다 회계감사를 받아온 일반 기업과 비교하여, 가진 것이 스토리인 경우가 많다.

스토리라니! 내가 기술 기업인데!

그렇다. 스타트업이 가진 것이 기술일지라도, 기술을 아는 '사람'을 가진 것이다. 그러면, 그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인 것이고, 그 사람들이 가진 사업 계획서가 미래가치를 판단할 거의 유일한 자료처럼 보인다. 그러면, 그 사업계획서가 말하는 스토리가 기업의 가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멋진 사업 계획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렸을 그들에게 ‘짠’ 하고 나타나줄 엔젤 투자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은 사업 계획서를 소설책 읽듯 읽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투자는 ‘한 번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투자는 숫자로 표시될 수 있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 따른 현금흐름창출에 대한 스토리는 실제 집행 단계에서 벌어질 여러 가지 변수와 함께 평가되고 판단된다. 물론, 이 변수 안에는 스타트업 스스로의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Macro 요소가 다분히 많다. 그 역시 반영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금융이 발달해왔다. 이 발달의 방향은 당신이 투자자들과 ‘친구’라서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제시한 스토리가 보여주는 숫자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매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쪽으로 발달해왔다. 스토리가 궁금하면 누구나 Double Check가 가능한, 분야가 달라서 다른 언어를 쓰는 플레이어들이라 하더라도, 평가의 스토리가 통역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치 평가는 그저 스토리텔링’이라고만 생각하면 위험하다.

투자는 봉이 김선달과의 한판이 아니다. 대동강 물을 팔며, 가치를 부풀린다면, 조금 엄살 떨었을 때, 그것은 뉴스에서 가끔 보는 ‘주가조작’의 시발점이 될만한 시각이다. 실제 미국에서 최초에 유가증권의 개념이 도입되자, 하늘을 떼다 파는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 덕에 생긴 법이 ‘Blue Sky Law’이다.  

하늘에 대한 지분을 팔았던 미국판 봉이 김선달. 그는 20세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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