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님은 갔습니다. 님은 결국 갔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두렵다. 우리가 조만간, 이렇게 읊조릴까 봐.
‘떠나간 님 뒤통수’만 바라보며 아쉬움의 피눈물을 흘릴까 두렵다.

무엇에 대한 아쉬움이냐고?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다른 곳에서 꽃핀다는 사실이 아쉽다.

블록체인은 사기 아니냐고?

"블록체인은 기술을 일컫는 말이며 그 기술의 메커니즘 가운데 코인이 발행되기도 하는데…"로 시작하는 아는 사람들에게는 식상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머리 아픈 이 설명도 그만하고 싶다. 이 세상 사기행각의 불씨는 여기 말고도 많은데, 일단 ‘블록체인 ‘이야기만 꺼내면 배는 산으로 간다. 배가 산으로 가도록 얕은 수를 쓰던 사람들도 원망스럽고, 그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원망스럽다. 이 설명을 반복하는 이 순간이 아쉽다.

뭐가 그렇게 아쉽냐고?

어차피 그렇게 좋은 산업이라면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옥석이 가려지니 기다리면 된다고?

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말을 빌고 싶다.

'문제는 타이밍이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의 변형)

[1990년대의 최고 명언]

그렇다.

우리는 결국 '님은 갔습니다.'라고 시나 읊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국내 IT기업의 대표주자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 전개하기로 선언한 것을 보라.

아쉽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가 블록체인을 위시한 핀테크 섹터 주요 자회사를 해외로 내보낸 것은 우리가 결국 타이밍을 놓칠 수 있음에 대한 방증이다. 특히, 카카오가 싱가포르로 날아간 것은 뼈아픈 일이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카카오라고 처음부터 싱가포르를 타겟 지역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검토해봐도, 그렇게 기업더러 하라던 투자를 하겠다는데도 할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내린 결정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싱가포르는 현재, 블록체인사업을 시작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나라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법제를 완벽하게 구현해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투자가 유치되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적인 VC 생태계처럼 일단 열어둔 것이다. 열어둔 결과, 어부지리 효과는 쏠쏠하다. 일단, 투자하겠다는 외국 자본들이 줄을 서고 있고, 덕분에 직접적인 고용 실적은 물론, 부수적 고용 창출도 실속이 넘친다.

그뿐 인가.

사람이 돌면, 돈이 돈다. 싱가포르에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외국 자본이 들어가면, 결국 사람이 모이는 싱가포르의 오피스 상권, 주거 지역도 수혜자가 된다. 그야말로 연쇄적 선순환이 창출되는 것이다.

우리가 뭘 안 한 것은 아니다. 규제를 개혁하자며 유행 따라 제정되어온 수많은 특례법들을 떠올려보자. 더군다나, 올 초에 '규제 샌드박스법'까지 도입되었다. 포커스는 무려 ‘핀테크 산업’이었다. 그러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이 신산업을, 이 낯선 기술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조금만 더 입체적이고 다각도로 바라보았다면 지금 이 순간 서울은,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들어오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느라 빌딩이 미어터졌을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필요하다.

사전적으로 신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 과정에서 범죄 기타 행위들은 잘 솎아줄 사후적 구제수단을 마련하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한 호흡 길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엔젤 투자자들의 역할을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는 새로운 시대가 오라고 연재를 시작한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은 우리는,

지하철을 타도 wifi가 터지는 우리는,

인구의 90%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우리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싱가포르 역시 지난해 11월 가상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뾰족한 입법을 제시한 적 없다. 여전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전 세계 블록체인 회사들은 싱가포르가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우리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 산업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 나는 우리가, 우리나라가 이 신기술이 이 세상에 정착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대답을 찾길 바란다. 대답을 찾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김치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으면 한다. 한동안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자조적으로 비아냥거릴 때 쓰였던 그 말을 보란 듯이 멋지게 재탄생시킬 수 있길 바라며.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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