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하는 중에도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책으로 엮어내고 보니 더욱 정감이 가고 애틋하기도 합니다. 책 제목은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입니다. 벌써 예스24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네요. 따뜻한 연말 선물로도 좋을 듯합니다. ㅎㅎ 서문 중 일부를 여기 옮깁니다. 우리 함께 천천히 음미해 봐요.

“시를 읽으면 뭐가 좋아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시 읽기의 네 가지 유익함’이란 말로 답하곤 한다. 첫째는 ‘몸과 마음을 춤추게 하는 리듬(운율)의 즐거움(樂)’이고, 둘째는 ‘마음속에 그려지는 시각적 회화의 이미지(象)’다. 셋째는 ‘시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說)’다. 넷째는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감성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공감각적 상상력(想)’이다. 이들 네 요소

가 시를 읽을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하고, 꿈꾸게 하며, 호기심 천국으로 인도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시는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문학 장르다. 같은 어휘를 쓰는데도 산문 문장과 느낌이 다르다. 함축과 생략, 비유와 상징의 묘미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수많은 말줄임표를 보내는 비밀서신 같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시편들은 이런 깊은 맛과 ‘시 읽기의 네 가지 유익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1부의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는 시의 미학은 물론이고 모란처럼 뚝뚝 떨어지는 ‘찬란한 슬픔’의 뒷이야기가 숨어 있다.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와 사랑에 빠졌던 영랑이 집안 반대에 부딪혀 목을 맸던 뒷마당의 나무, 모란꽃 향기만큼 진한 슬픔을 홀로 견디던 시인의 고독한 모습…….

눈물겨운 순애보로 평생 힘이 되어 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로버트 브라우닝 부부의 러브 스토리, 영화로 만들어져 수많은 사람을 울린 존 키츠의 ‘빛나는 별’과 이웃집 처녀 이야기도 특별하다. 릴케가 숲 속 방갈로에서 한 달간 은둔한 까닭, 괴테가 편지 속에 은행나무 잎 두 장을 붙여 보낸 사연 또한 흥미롭다.

사랑과 관련한 시뿐만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시, 여백의 미를 살린 하이쿠도 함께 실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며 읽을 수 있도록 각 부를 ‘사랑’에 관한 시 7편, ‘인생’에 관한 시 3편, ‘여백’ 같은 하이쿠 2편씩 구성했다. ‘사랑’에서 ‘인생’으로 넘어가는 중간에는 잠시 쉬어가며 사색할 수 있는 ‘연결글’을 한 꼭지씩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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