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회장인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와 고려대학교암호화폐연구소, 그리고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지난 목요일 'IEO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단체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초기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자는 의견에 많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만, 혼탁한 ICO 시장을 바라보면서, 또 ICO에 투자했던 선량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시장이 죽어가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겁도 없이 시작한 일이 결국 'IEO 가이드라인'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일부 언론과 일부 지인들 조차 과연 대형 거래소에서 이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은 거래소와 무관합니다.

원래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는 거래소를 통한 토큰 세일이란 의미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가이드라인 제정 위원 모두의 생각은 거래소가 토큰을 임의로 골라 상장 시키고 세일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거래소가 과연 토큰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사업성 판단과 설계, 개발 능력과 그 과정 등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

그리고 거액의 상장 Fee를 요구하며 수익 추구에만 몰두하면서 블록체인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었던 일부 대형 거래소가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은 거래소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기존 IEO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ICO는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실패한 모델로 자리잡아 가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엔젤 투자방식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에 이 방법, 저 방법을 모두 살펴봐도 적합한 방법을 찾기 어렵기에 결국 IEO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설정하고 'IEO 기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만든 'IEO 가이드라인의 정의'는 상장 전에 프로젝트 팀이 시장에서 개발된 토큰을 현금과 교환(Exchange)하는 의미의 IEO 입니다.  주식 상장 직전의 IPO 기준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보도나 지인들은 이 가이드라인의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거래소에서 토큰을 세일하는 방법을 IEO라고 생각하십니다.

거래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암호 화폐가 상장된다는 것은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높은 신규 투자자들의 거래소 영입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거래소에 머물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토큰의 지속 공급은 기존 투자자들이 새로운 토큰에 투자하기 위하여 보유 토큰을 매도하게 되기에 결국 기존 토큰들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공급과잉으로 전체 시장의 퇴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장전에 이미 토큰 세일을 통해 어느 정도 투자자들이 확보된 토큰을 선호하는 것이 거래소입니다. 필자가 듣기에 기본적으로 2만명 이상의 참여자가 있는 비상장 토큰을 거래소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IEO를 했더라도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거래소는 자체 상장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준은 이번에 발표된 IEO 가이드라인과 많이 다릅니다.

이번 IEO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제시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MVP(Minimum Visible Product)라고 부르는 최소한의 기능이 충족된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현해서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체가 모델하우스를 짓고 해당 부지 매입 증거도 제시하고 토지개발공사 등 대형 보증기관의 보증까지 확보한 것을 제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실 가동되는 MVP를 제시하고 잘 짜여진 백서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 입니다.

사실 저희가 발표한 IEO 가이드라인은 ICO의 백서만으로 투자유치 하던 방법을, 개발력을 입증한 후에 자금을 모으라는 좀더 엄격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ICO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MVP를 만들 자금이 부족한 팀은 일단 백서를 만들어 ICO를 통해 15억까지 자금을 모은 후, 그 자금으로  MVP를 개발한 후 단계적으로 다시 IEO에 도전하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 입니다.

(15억이면 MVP를 개발하는데 충분한 자금으로 판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IPO가 상장 직전 주식을 대량 방출하면서 사업 자금을 모은다면 IEO는 거래소 상장 직전 토큰을 공개 세일하면서 사업 자금을 확보하고 거래소에 상장하는 상장 전 단계의 과정으로 거래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게끔 자율권을 부여했습니다.  스스로 행하는 평가는 외부 기관의 평가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더 어렵습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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