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상징과 구체적인 언어

입력 2012-02-06 09:59 수정 2012-02-06 09:59
유명한 문제 하나를 소개한다.

[질문 1] 다음 각각 (E, K, 4, 7)이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알파벳이, 반대쪽에는 숫자가 쓰여져 있다. 이 카드들이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뒤집어봐야 할 카드 2장을 골라보라. 쉽게 문제에 접근되나? 단순한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일단 문제를 풀어보라.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조사가 있다.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

[질문 2] 다음 각각 (부산, 대전, 비행기, KTX)라고 쓰여진 4장의 카드가 있다. 이 카드들은 한 쪽 면에는 도시가, 반대쪽에는 그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 쓰여져 있다.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는 규칙을 모두 만족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최소 몇 장의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그 카드는 어떤 카드들일까?


이 문제도 한번 풀어보자. 뒤집어봐야 할 카드 2장이 쉽게 골라지나?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80% 가까이 된다고 한다. [질문 1]과 [질문 2]는 어쩌면 똑 같은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질문 1]은 (모음, 자음, 홀수, 짝수)라는 상징을 이용했고, [질문 2]는 (부산, 대전, 비행기, KTX)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이용한 것뿐이다. 같은 난이도의 문제도 이렇게 언어를 바꿨을 때 정답률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다른 언어로 말해보고, 때로는 다르게 표현해보고, 다른 방식으로 말해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숫자나 개념적인 상징은 우리 두뇌의 좌뇌에서 처리하고, 구체적인 언어와 같은 것은 우뇌에서 처리한다. 머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상징과 일상 언어가 연결되고 의미가 부여될 때 생각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질문 1]보다는 [질문 2]가 더 쉽게 풀리는 것이다.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것을 더 오래 기억하고 비슷한 다른 문제에 적용하여 풀기 위해서는 그것을 추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두 질문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질문 1]은 <만약 한쪽이 모음이면 반대쪽은 짝수가 쓰여져 있다>라고 했다. 따라서, 모음인 E의 뒷면이 짝수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홀수인 7의 뒷면이 모음이며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홀수인 7의 뒷면이 자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2개의 카드만 확인하면 된다. 나머지 카드는 그 뒷면이 무엇이든 문제의 조건과는 상관이 없다. 이것은 <모음 à 짝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논리학의 대우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홀수 à 자음>과 같은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질문 2]는 <나는 부산에 갈 때에는 항상 KTX를 타고 간다>고 했기 때문에 부산의 뒷면이 KTX임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에 가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의 뒷면이 부산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대전을 갈 때에는 무엇을 타고 갔는지, KTX를 타고 다른 곳을 가는지는 조건과 상관이 없는 것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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