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입력 2011-03-25 14:51 수정 2011-03-25 14:51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게 눈에 보이면 힘들어도 열심히 할 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답답하기만 하고 실제로 하는 건 없고.”

 

친하게 지내는 분의 하소연이다. 이분은 조그만 규모로 지갑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이다. 그 공장에서 손으로 만들어지는 지갑은 최고급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있는 회사에 납품을 하는 공장이다. 지갑을 최고로 만드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지갑을 파는 일은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브랜드 있는 회사에서 지갑을 주문하면 그 회사에 납품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지갑을 보내달라는 주문이 많을 때에는 공장이 잘 돌아가는데, 주문이 적어지면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사장님의 고민은 간단하다. 자신이 하는 일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것에 맞춰서 물건을 만드는 일인데, 언제 얼만큼의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답답한 거다. 주문이 많을 때에는 그냥 지나가다가, 주문이 없어지면 또 고민이 되는 거다. 고민을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답답하기만 한 거다.

 

이렇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그럴 때에는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어도 막상 말처럼 모든 것이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는 45살이나 35살이나 또는 25살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방법이 있다면 힘들어도 열심히 그것을 하겠는데,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말이다.

 

 

문득, 45살의 고민보다는 35살의 고민이 조금 더 쉬울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변수가 많아지면 문제가 좀 더 어려워지니까, 35살보다는 25살의 고민이 조금 더 쉬울 것 같고, 25살보다는 15살의 고민이 조금 더 쉬울 것 같다. 어쩌면 15살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에서 45살 아저씨는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얼마 전 15살 우리 아들에게 “쉬운 문제를 많이 풀라”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 기억났다.

 

학생들 중에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 어려운 문제를 확실하게 풀면 그 다음에 만나는 평범한 문제가 아주 쉽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려운 문제만 붙들고 있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어려운 문제를 선생님이 풀어주고, 또는 문제집의 풀이과정을 따라 읽으며 이해해도 그것을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알고 넘어가는 것은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어려운 문제로 폼만 잡는 것보다는 쉬운 문제를 많이 풀며 자신감을 얻고 조금씩 난이도를 올리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이 내 능력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내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면서 내 능력이 성정하면서 그것에 맞춰서 일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일과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으로는 능력을 먼저 향상 시키며 일의 난이도를 올리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물론, 반대로 일의 난이도를 높이면서 그것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에 ‘안철수 공부법’이 뉴스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안철수 교수는 예전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공부할 때,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잡지사에 원고를 쓰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고 마감일까지 그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서 원고를 쓰며 공부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본인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을 벌여 놓으면 분명 자신이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했다고 했다.  

 

일의 난이도와 내 능력의 관계를 몰입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표현한 것을 보자.

 




 

일과 실력의 함수 관계를 표현한 것을 보면, 자신의 실력과 과제를 모두 높이는 것이 몰입하게 하고 가장 바람직한 상태인 것이다. 현재보다 일과 실력을 모두 높이는 방법으로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가지 길이 있다. 실력을 먼저 높이고 일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과 일의 난이도를 높이며 실력을 거기에 맞게 높이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파악한 함수 관계로 보면 일의 난이도를 높이고 실력을 거기에 맞게 높이는 방법은 ‘불안한 상황’과 ‘각성의 상황’을 지나서 몰입에 도달하게 된다. 반대로 자신의 실력을 높이며 일의 난이도를 높이는 방법은 ‘느긋함’과 ‘자신감’을 지나서 몰입하게 된다. 두 가지 길 중에서 나는 먼저 자신감을 만들며 몰입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쉬운 문제를 먼저 많이 풀어보라고 조언했던 것이다.

 

내가 몇 살이든 이 방법은 비슷하다. 먼저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푸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나도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쉬운 문제들을 충분히 풀고 그리고 좀 더 어려운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그렇게 어려운 문제에 도달했을 때에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몰입하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님처럼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면서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좋다. 그것이 자신의 성향과 스타일에 맞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최상의 방법이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의 난이도를 실력보다 높이는 방법은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도 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줘서 때때로 일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사장님께 나는 이렇게 말씀 드렸다. “뭘 특별하게 하셔야 하나요? 그냥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하실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보세요. 대단히 특별한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생각하실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어제와 다른 대단히 특별한 변화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