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상황에서 독창적인 것이 창의성이다

입력 2010-01-28 13:14 수정 2010-04-05 11:30


가끔 포브스 Forbes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로 부자였던 사람들의 랭킹을 발표하는 자료를 본다. 몇 년에 한번씩 발표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매년 발표하는 것 같기도 한데, 재미있는 것은 고대 로마시대의 인물과 가문, 중세의 왕들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본 자료에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있었는데, 그녀의 랭킹은 21등이었고 재산은 현재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958억 달러였으며 재산을 모은 방법은 상속이었다.

 

내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들 랭킹을 찾은 것은 포드 자동차를 만든 핸리 포드(Henry Ford)의 재산이 지금의 가치로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그의 랭킹은 7등으로 지금의 돈으로 환산하면 1881 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 등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의 재산 580억 달러를 훨씬 앞서는 것이다. 내가 본 자료에서 빌 게이츠는 37등이었다.

 

핸리 포드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포드 자동차가 성공했기 때문인데, ‘모델 T’가 잘 팔렸기 때문이다. 포드자동차가 개발한 ‘모델 T'는 1908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어 1928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20년간 총 1천500만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자동차이다. 집집마다 차가 있는 지금의 환경과 다르게 당시의 이 판매 기록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 ‘모델 T’ 덕분에 포드는 미국의 영웅이 되었고, 자동차 왕이 되었다. 포드자동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업체가 되었다.


 


‘모델 T'의 큰 장점은 무엇보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다는 점이었다. 825달러(1914년엔 440달러, 1916년엔 345달러까지 떨어졌다)에 판매되었던 이 자동차는 당시의 경제상황과 다른 자동차의 가격과 비교할 때 혁신적으로 저렴한 것이었다. 모델 T의 놀라운 성공은 혁신적인 대량생산기법인 이른바 포드시스템(Ford system) 덕분이었다.

 

포드 시스템은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분업화하고 이동조립법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동조립법은 ‘사람이 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사람에게 가는 것’이라는 포드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생산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차를 만들며 필요한 부품을 가져다 조립했던 것을 포드는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며 일정하게 있는 사람들에게 차가 지나가며 스스로 완성되게 했다.

 


 



 

(1913년 미국 포드자동차가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으로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630분에서 93분으로 줄었고 가격도 825달러에서 290달러로 떨어졌다.)

 

 

컨베이어시스템은 포드가 우연히 방문한 정육점에서 착상했다고 한다. 정육점에서는 고기의 부위를 구분하여 포장할 때 작업자의 머리 위쪽에 고기를 걸어 이동시킬 수 있는 갈고리 걸이를 만들어 두고, 여러 사람이 분업으로 일하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이 갈비살을 구분하여 잘라낸 다음 고기를 갈고리에 걸어서 옆으로 밀면, 그 다음 사람은 안심살을 잘라내고, 그 다음 작업자에게로 갈고리에 끼어서 고기를 이동시키는 식의 작업방법이었다. 

 

포드는 이 장면을 보고 한 사람이 자동차엔진을 장착하면 그 다음 사람이 타이어 바퀴를 낀다든지 하는 식의 작업대에서 할 수 있는 분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기를 사람이 손으로 밀어서 옆으로 옮기는 식의 수동적 방법 대신 자동으로 움직이는 벨트를 장착해 하나의 작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작업대가 다음 작업자가 있는 옆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포드는 이러한 자동화로 T형 모델의 자동차를 싼 값에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세계제일의 자동차 왕이 되었다. 이러한 컨베이어 시스템은 오늘날까지도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이다.

 

 

포드는 정육점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 컨베이어시스템을 자동차 생산에 도입했다. 이것은 아이디어와 창조를 만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렇게 이미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디어를 자신의 분야에 도입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발명이고, 창조다.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독창적인 것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새롭고 특색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익숙한 아이디어지만 자신의 영역에서는 아직 사용되고 있지 않는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이 바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예술은 모방을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의 말은 무조건 남의 것을 베끼라는 말은 아닐 거다. 어떻게 보면 모방은 학습이고 경험이고 배우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모방이라고 하면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표절이라고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저작권 시대에는 법적인 제제를 받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과 절대적으로 다른 세상에는 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서 남의 아이디어를 똑같이 쓰면 때로는 표절이 되고, 표절까지는 아니어도 하찮은 것이 되지만, 분야가 다른 곳의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멋진 창조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

 

 

기업들이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업체를 선정해 상품이나 기술, 경영방식을 배워 자기 회사의 경영과 생산에 응용하는 것을 벤치마킹이라고 한다. 잘 하는 기업의 장점을 배워 자기 회사의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포천>지(誌)가 ‘쉽게 아이디어를 얻어 새 상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기법’이라며 ‘벤치마킹’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은 학교에서 1등 하는 친구의 공부 방법을 따라서 공부해본다. 그렇게 따라 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1등을 하는 친구와 자신은 상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그것을 적용해야 한다. 성인들도 내가 하는 일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배워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좋은 모방이며 학습인 것이다.

 

 

1961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취임연설을 준비하며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명언 “만약 네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거든, 우선 네가 사람을 사랑하여야만 한다”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한다. 세네카에게 빌린 아이디어로 케네디는 자신이 미국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취임연설을 만들었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라"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나는 한동안 재미로 이 존 F 케네디의 말을 영어로 외웠다. 그리고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써 먹었다.

“예전에 미국에 훌륭한 대통령이 있었어. 그 대통령은 항상 이렇게 말했지”

-          아빠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묻지 말고 내가 아빠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라

 

“정말이야.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한 말이야?”

 

믿기 힘들다는 아이들에게 정말이라며 영어로도 외워줬다.

-          Ask not what your father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father.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분야에 적용해보자. 창의성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창의성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독창적인 것이 창의성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74명 35%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317명 65%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