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

입력 2010-01-15 10:14 수정 2010-01-15 10:14
어느 가을날 피카소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버려진 자전거 한 대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버려진 자전거였지만 피카소는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안장과 핸들을 떼어낸 다음, 안장에다가 핸들을 거꾸로 붙였다. 그리고 ‘황소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려진 자전거에서 안장과 핸들을 떼어 단순하게 붙인 것.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황소머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녀석은 피카소의 작품이 되었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피카소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라 해도 위대한 가능성은 예술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녹이 슬어 없어질 낡은 버려진 자전거였지만 피카소의 손에 의해 다시 구성되어 작품으로 만들어 졌을 때는 더 이상 고물상에 버려질 물건이 아니라 값비싼 작품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피카소의 작품 ‘황소머리’에서 창조의 철학을 찾는다. 창조라는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버려진 것,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위대한 창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버려진 자전거로 만들어진 ‘황소머리’는 피카소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런던의 한 경매장에서 우리 돈으로 300억 정도에 낙찰되었던 기록을 갖고 있다.

 

 








마르셀 뒤샹(1887~1968)은 1917년에 일상용품인 변기를 구입해 거꾸로 세운 후 서명을 하고 ‘샘(Fountain)’이란 제목을 붙여 뉴욕 그랜드 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앙데팡당 전에 출품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뒤샹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용 소변기를 가져다 놓고 그것을 예술작품이라고 명명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이것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변기를 뒤샹이 만든 것도 아니고, 뒤샹이 한 일이라고는 가게에서 파는 소변기를 사다가 자신의 서명을 하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예술작품이란 예술가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다. 예술가의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작품으로 인정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동과 시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예술이 아니라 사기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뒤샹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이 작품을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예술가들과 평론가들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수결의 원리처럼 처음에는 사기로 취급되던 뒤샹의 이 작품 ‘샘’을 20세기 최고의 작품으로까지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피카소의 ‘황소머리’와 뒤샹의 ‘샘’은 독특하며 신선해서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 작품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는 작가들의 노동과 시간이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좋은 작품, 위대한 걸작은 작가의 피나는 노력과 많은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불공평해진다. 위대한 작품은 피나는 노력과 오랜 인내를 겪으며 태어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피나는 노력을 하고 오랜 시간 고생을 한 사람이 성공하고 부자가 되어야 옳다. 노력과 수고가 없다면 그것에 대한 대가 또한 없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황소머리’와 뒤샹의 ‘샘’이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는 것처럼 노력과 시간이라는 ‘원가’의 개념을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원가에 적당한 이익을 붙인 것을 정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원가가 높아야 한다. 적당한 이익이 아닌 과도한 이익을 붙이는 것은 사기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과거의 경제학에 기초한 생각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는 더 이상 과거의 개념, (제품의 가격 = 원가 + 적정 이익)의 구조가 아니다. 원가대비 가격의 비율을 고려하여 Input과 Output의 비율을 계산하기 보다는 Output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100만원이 넘는 원가로 만들어진 제품이 10만원의 가치밖에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의 가격은 10만원이 적당하다. 반대로 1만원의 원가로 만들어진 제품이 100만원의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것의 가격은 100만원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가치다.

 

 

연예인들을 보면 같이 TV에 출연해도 유재석, 강호동은 엄청난 돈을 받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출연진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받는다. 가끔 인기 스타가 수 억 원을 받고 CF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우리 어머니와 하면 어머니는 “저거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을 텐데, 꼭 저 사람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CF를 찍어야 하냐?”며 고개를 흔드신다.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 드린다. “요즘 저 친구가 10대들에게 최고로 인기 있어요. 우리는 잘 몰라도 저 친구가 광고하면 애들이 그거 사고 싶어한대요” 인기 스타들이 창출하는 가치와 그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것을 말씀을 드려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보시는 요즘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아서 싫으신 거 같다. 때로는 그것이 올바른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대중적인 즐거움을 창출하더라도, 그들은 어머니에게 아무런 가치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창출하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많은 돈을 받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원가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노력과 시간이 원가일 수 있다. 같은 원가를 투입해도 그것이 창출하는 가치가 다르다면 가격 또한 다르다. 가격은 과거처럼 원가에 적당한 이익을 더하는 것으로 산출되지 않는다. 결과가 만들어내는 가치로만 계산된다. 노력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인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원가에 대한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노력하고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다.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만이 내 활동과 일에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바로 나 자신인 거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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