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5) 남북교역 : 튜브 충진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치약 튜브, 화장품 튜브, 식품 튜브, 문구류 튜브, 고추장 튜브 등등해서 튜브를 많이 사용한다. 튜브의 소재로는 알루미늄 튜브, 폴리에틸렌 튜브, 라미네이트 튜브가 있어, 기계마다 소재와 사이즈에 맞게 전용 또는 공용으로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알미늄 튜브의 경우 접고 압착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져 효율적이다. 폴리에틸렌, 라미네이트는 Hot Air 방식으로 접합하므로 Sealing 면이 깨끗하다. 튜브의 공급은 튜브를 공급통에 한 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를 넣어놓고 자동으로 기계에 공급하여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튜브에 제품을 자동으로 넣어주는 튜브 충진기계의 수요 또한 상당히 있다. 액체와 젤류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은 거의 모두 이 기계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이 기계를 가지고 북경, 방글라데시 등에 판매하며 동남아와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는 튜브 충진기의 주된 판매 포인트는 얼마나 많은 화장품을 고장 없이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그냥 남한에서 팔듯이 거의 모든 외국에서 팔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전기가 220v 혹 110v, 60hz 혹 50hz등 약간의 제품 변경이 있을지언정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대만바이어와 독점계약을 맺고 북경전시회에 참가했을 때도 한국에서 생산되어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되던 사양 그대로 튜브충진기를 만들어서 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기계를 돌리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장품 튜브를 보여주었다. 산업재는 소비재와는 달리 구매자의 가치라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 이 기계를 사서 소비재를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기간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기간이라는 개념은 소비재와는 달리 분명하지 않다. 산업재는 때로는 기계 그 자체로 인한 이익과 마찬가지로 부품의 판매, 설비의 유지 보수 또는 연관 기술의 판매 등 보이지 않는 요소들로 인한 이익이 더 클 때도 있다. 이 기계를 만드는 한국 업체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 가격 경쟁력 또한 있는 편이다.

이 튜브충진기의 수요처는 대량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부터 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규모의 제조 업체 또는 도소매상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치약, 연고 등의 화장품과 제약 분야는 제조 공정도 까다롭고 정부 검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이런 기계는 시간당 튜브를 수백 개에서 수천 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만큼 기계가 정밀해야 하고,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하루 기계를 세우면 그 기계의 값만큼 생산 공장은 손해를 봐야하는 일도 많다. 반면에 소규모 공장에서는 완전 자동화대신 반 자동화된 저렴한 기계를 필요로 한다. 기계의 구조도 간단하고 A/S수요도 많지 않다. 현재 북한의 경공업 수준을 보면 대량 생산보다는 소규모 다품종 생산 형태의 공장이 많다. 이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식품류, 의료 약품, 생활용품이 해외 수출보다는 북한 자체 내 소비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소비패턴은 대량 생산하여 국내 소비는 물론이고 해외 수출까지 하는 남한의 생활용품 공장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 그렇기 때문에 튜브 충진기를 북한에 보낼 때는 중간 규모의 자동화 충진기나 반자동 충진기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 운영비와 인건비를 비교해보아도 완전 자동화보다는 아직 웬만한 작업은 수동 또는 반자동으로 하는 것이 비용상 효율적으로 보인다.

거래 방식은 계약금, 중도금 그리고 기계를 납품받은 후 일정 기간 돌려본 후에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파트너를 두고 대리점 형식으로 유통망을 만드는 것이 좋다. 남북 통행이 완전 자유화되기는 어렵고, 북한 내 교통수단이 남한처럼 저렴하고 빠르지 않다. 남한에서 북한 수요처에 일일이 견적을 내서 방문하기도 어렵고, 또한 고장시 수리 기술자를 파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포장기계를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력이나 다양성의 측면에서 남한산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도 CNC 공정(수치제어공정)을 통한 공장 자동화를 강조하고 있어, 향후 보다 진전된 형태의 기계를 북한에 반출하거나, 현지 생산, 북한 내 사용과 더불어 해외 수출을 고려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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