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전문가들

입력 2010-01-11 11:07 수정 2010-01-11 11:07


예전에 후배와 저녁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후배는 자신이 알게 된 청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그 청년이 내 칼럼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라며 같이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청년은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다. 회원에게 회비를 받고 주식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회사였다.

 

인터넷과 전화로 정보를 제공하고 1인당 한 달에 50만원의 회비를 받는다고 했다. 회원의 입장에서는 50만원을 내고 주식 종목을 추천 받고 만약 자신이 특정 주식에 관심이 있으면 주식을 살 때와 팔 때에 관한 정보를 받는 것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 모델이 명확했다. 한 달에 50만원 회비를 내는 사람을 100명 관리하면 5000만원의 수익이 생기고 200명 관리하면 1억 원의 수입이 생기는 거다. 회사 운영이나 정보 수집에 특별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고 사장과 몇 명의 핵심 인원 그리고 그 청년 정도가 전부였다. 그 청년은 이제 막 그 회사에 합류하여 일을 배우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나는 흥미가 생겼다. 주식 정보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제공할까? 나는 구체적으로 그 회사 사무실에 가보고 싶었다. 마침 청년의 회사는 당시에 내가 쓰고 있던 사무실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는 청년의 회사에 후배와 같이 갔다. 저녁 시간이어서 사무실에 아무도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회사의 외형이라도 눈으로 보고 싶었다. 회사는 가정집을 개조하여 사무실로 쓰는 곳이었다. 특별한 개조를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가정집 같은 곳에 5명 정도가 일한다고 했다.

 

저녁 8시쯤이었던 거 같다. 우리가 거실로 들어가자 방에서 팬티 바람으로 사장님이 나왔다. 사장님은 저녁으로 탕수육과 고량주를 드시고 잠깐 주무시다가 일어나셨다고 했는데, 아직 취기가 가득하시고 옷차림은 팬티 바람이었다. 나를 보시자 사장님은 손님이 왔다며 반겨주셨다. 우리는 거실에 앉아 캔맥주를 앞에 놓고 잠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주식 정보를 어떻게 얻고 어떻게 관찰하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있어서 계속 주식 정보를 얻는 방법에 대해 물었던 거 같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계속 자신의 통장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 보여줘. 내 통장을 회원들에게 공개하고 실제로 나와 같은 종목 사라고 말해. 나랑 같은 주식 사서 내가 팔 때 팔면, 내가 돈 벌 때 회원들도 확실하게 돈 벌 수 있는 거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를 믿고 회원이 되는 거야.”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고 했다. 자신은 확실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과 똑 같은 주식을 사고 파는 것만으로 회원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통장을 공개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나의 관심은 통장을 공개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는 어떻게 주식에 관한 정보를 얻는가 하는 것이었다. 점쟁이처럼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주식을 분석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주식 분석법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주식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회사가 또 있나요?”

“몇 곳 있지.”

“그럼 저도 이런 주식 정보 제공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이렇게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에 한 달에 50만원 내고 3곳에 가입해서 종목 정보를 받고 주식을 추천 받아서 그 자료로 100명의 회원을 관리하면 될 거 같은데……”

 

그때 그 사장님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겠나? 마인드가 아주 좋은데.”

그리고 그 사장님은 젊은 청년에게 나와 같은 투자의 마인드를 배우라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그 회사에서는 그렇게 오래 앉아있지 않고 나왔다. 사장님과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장님은 특별한 시스템이나 노하우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할 말도 별로 없었다. 회사에서 나오면서 청년에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인지를 꼼꼼히 따져보라는 말 정도를 해준 것 같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 좋은 일들을 하는 전문가들을 많이 본다. 어떤 분은 주식을 하루 종일 분석하여 대박주를 찾아주고, 어떤 분은 10배 폭등할 땅을 찾아주기도 한다. 어떤 분은 그날의 경마 정보를 분석하여 소액에 판매하신다. 그 자리에서 배팅하면 몇 배를 벌 수 있는 정말 고급 정보를 경마장에서 현장에서 시합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소액으로 판매하신다. 가끔 이런 전문가라는 분들을 보면 그때 그 팬티 바람의 사장님이 생각난다.

 

며칠 전 누나가 전화를 했다. “오늘 케이블 방송에서 **가 유망하다고 그러던데 같이 투자할까? 전문가가 나와서 말했어. 아주 유망하고 투자하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데.”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유망하데? 그럼 그 아저씨나 사라고 해.”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82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534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