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라인만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입력 2010-01-02 10:46 수정 2010-04-05 11:32


10년 전쯤이었다. 나는 파이프라인에 관한 이야기에 열광했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강에서 한 통의 물을 떠오면 1센트를 주는 일을 하는 사람 둘이 있었다. 한 명은 다른 일들에 비해 일당이 좋은 이 일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인 반면 다른 한 명은 매번 직접 물을 길어 날라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불만을 갖고 있던 사람은 고민 끝에 물통에 물을 나르기보다 파이프라인을 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같이 물을 나르던 친구에게 동업을 하자고 한다. 만족하고 있던 친구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파이프라인 깔기 작업을 거절한다. 결국 그는 혼자서 파이프라인을 깔았다. 강에서 마을까지 수도관을 연결한 것이다. 사람들은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을 얻을 수 있었고 그는 더 이상 물을 나르는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었다. 파이프라인이 깔린 후부터 그는 앉아서 돈을 벌었다. 시간과 돈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부자는 앉아서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 짧은 이야기는 비즈니스의 핵심을 말하는 것이었다. 자영업자와 사업가의 차이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직접 일하고 시간을 써야 돈이 벌리는 사람은 자영업자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돌아가며 자신이 놀아도 자신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사람이 사업가다. 이 이야기는 너무 환상적이었다. 나도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매일 물을 직접 길어 나르는 것보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지난 10년 정도 내 주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직접 물을 길어 나르기보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직접 물을 길어 나르지도 않고 파이프라인도 만들지 못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파이프라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매일 물을 직접 길어 나르기만 했는데, 그렇게 매일 물을 길어 나르며 물을 길어 나르는 데에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되니,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와 물을 길어 나르는 회사를 만들자고 하고 물을 길어 나르는 노하우를 책으로 쓰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하는 것도 자주 봤다. 때로는 물 나르는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또는 열심히 물을 길어 날랐기 때문에 생긴 여유 돈으로 투자하게 되고 그 투자에 성공하기도 했다.

 

분명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도전적인 인생이고 진정한 비즈니스인데 파이프라인에 잘못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기본이 없이 파이프라인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려면 그것에 대한 기본과 노하우가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파이프라인만을 생각하며 기초가 부실한 성을 쌓아서는 안 된다. 사실 앞에서 소개한 우화의 실제 이야기도 이렇다. 파이프라인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친구는 처음엔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물통에 물을 길어 나르고 밤에는 파이프라인을 깔았다. 매우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6개월 1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 파이프라인이 깔리면서 물을 뜨러 가는 길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나중에 마을까지 파이프라인이 깔렸을 때, 이제 자신이 직접 물을 길러 가지 않아도 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큰 그림을 그리며 구상을 하고 기획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결과를 얻는 일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같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붕어빵을 팔아도 어디에서 팔면 더 잘 팔리는지, 어떻게 붕어빵을 만들면 더 맛이 있는지, 사람들이 지나가다 내가 팔고 있는 붕어빵에 어떻게 하면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붕어빵을 만들고 팔아야 한다. 크게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구체적인 행동은 항상 동시에 있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디어가 아직 없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붕어빵을 팔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며, 붕어빵 팔기를 쉬고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언제나 아이디어는 현실에 있는 것이다. 오늘도 붕어빵을 열심히 팔아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팔면서 자연스럽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이 말이 왠지 기억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인가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에도 이 말을 적용하면 좋을 거 같다. 200년도 더 전에 철학자들은 경험론과 합리론으로 충돌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했는데 칸트는 둘을 통합하는 인식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식의 내용면에서는 경험론을 따르고 인식의 형식면에서는 합리론을 취했다. 나는 철학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사실 합리론, 경험론, 인식론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데 왠지 ‘내용이 없으면 공허하고, 직관만을 따르면 맹목이다’는 말은 기억이 난다. 어떤 사람의 삶을 보면 공허하고 어떤 사람의 삶을 보면 맹목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기 때문인 거 같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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