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시련

입력 2008-12-10 12:09 수정 2008-12-10 12:09
지금의 경제 위기를 사람들은 탐욕의 결과라고 말한다. 도덕성 없는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탐욕만을 채우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불렀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 욕심으로 경제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이렇다.

 

- A씨는 1년 반 전에 13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기존에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여 생긴 6억에 대출 7억을 받아서 아파트를 산 것이다. 그 아파트가 최근 경제위기에 가격이 계속 하락하여 지금은 8억에 팔려고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그는 1년간 6000만원씩 나가는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더 싸게 아파트를 팔려고 하고 있다.

 

뉴스의 주인공처럼 7억을 대출받은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자신의 연봉에 몇 배를 대출받고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며 이자를 내기에 벅차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 요즘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바보 같은 선택이었을까?

 

사실 부자들은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2억에 샀던 아파트가 몇 년 후 7억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땅을 샀는데 몇 배가 뛰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과거에는 많았다. 그러니까, 빚내서 집 사서 누구는 부자가 되었고, 누구는 빚내서 집 사서 망한 것이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지만, 그들은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필요에 의한 시장과 욕망에 의한 시장을 구분하는 글을 읽고 매우 신선한 자극을 받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시장이 있는 반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돈을 버는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감성 사회이기 때문에 필요를 채우는 시장보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지적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처럼 경제적인 위기감에 휩싸이게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욕망을 잊고 필요에 의한 시장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필요의 시장과 욕망의 시장은 경계가 없는 어쩌면 같은 큰 시장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모든 1가구가 1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없어져서 집의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요의 입장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 더 좋은 교육환경을 갖춘 집이라는 욕망의 입장에서 보면 주택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다. 욕망이 필요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욕망은 사치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 되곤 한다.

 

 

철저하게 필요의 입장에서 보는 사람에게 주식은 한낱 종이조각에 불가하다. 그들에게 주식이 갖는 의미는 배당이 전부인데, 일반적으로 주식의 가격은 그 회사가 배당하는 배당금의 10배, 100배 한다. 욕망을 전적으로 배제한 사람의 입장에서 주식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투자인 것이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필요의 시장으로만 접근하는 사람들은 같은 돈으로 (빌딩, 아파트, 땅)에 각각 투자하는 것에 대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빌딩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이고, 거주를 할 수 있는 아파트가 그 다음이며, 아무 것도 주지 않고 매년 세금이나 빼앗아가는 땅에 대한 투자가 가장 어리석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망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땅에 투자하여 그 땅이 대단위 택지조성에 편입되기를 꿈꾸며, 아파트에 투자하여 가격이 상승하기를 기대한다.

 

 

계산된 이익을 갖는 필요의 시장과 계산할 수 없는 기대를 갖는 욕망의 시장은 항상 시소처럼 다가오며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래서 세대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이 있다고 한다.

- 아버지는 공무원이 된다. 안정적인 생활과 정해진 삶을 추구한다. 어려서부터 그런 아버지가 답답했던 아들은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으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삶을 산다. 그런 모습을 본 그 아들은 또 다시 공무원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는 사람들이 수학의 분수와 국어의 주제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욕망보다는 필요의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는 것은 자신의 시각을 아주 근시안적으로 좁히는 것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가고 곧 사람들은 감성을 이야기하며 욕망의 시장에 다시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거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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