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입력 2008-10-27 13:41 수정 2008-10-27 13:41
야구는 움직이는 공을 치는 게임이고, 골프는 정지해있는 공을 치는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야구와 골프는 닮은 점이 많다. 막대기로 공을 친다는 점에서 야구와 골프는 모두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실전게임에서는 전략적으로 머리를 쓰는 것이 필요하고, 결정적인 순간 대담함을 발휘하거나 상대와의 심리전을 치르는 배짱이 중요하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막대기로 공을 치는 야구와 골프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아도 야구와 골프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야구에는 ‘9회말 2아웃부터’가 있다는 점이다.

 

야구에는 ‘9회말 2아웃부터’가 있다. 야구 경기는 7:0으로 지며 9회말 2아웃까지 몰려도, 그 벼랑 끝에서 7:8의 역전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그런 막판 뒤집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야구의 묘미다. 물론, 골프에도 역전은 있다. 하지만, 규정타수를 치는 골프에서는 역전은 있어도 야구와 같은 9회말 2아웃의 대역전은 없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17홀까지 엄청 망쳤다면 18홀에서 아무리 잘 쳐도 만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야구에는 있는 ‘9회말 2아웃부터’가 골프에는 없는 것이다.

 

 

‘9회말 2아웃부터’와 같은 대역전의 가능성은 분명 짜릿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매력을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처음에 많은 노력으로 이미 큰 점수 차이를 벌려 놓은 팀의 입장에서는 대역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거다. 이것은 사회에서 이미 좋은 기회를 얻었고 충분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기분일 거다. 반대로, 자신을 사회적인 약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인생 대역전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을 사회적인 약자로 생각하지 않지만, 야구의 ‘9회말 2아웃부터’가 좋다. 대역전의 존재는 우리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의욕을 준다. 또한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항상 새로운 기회를 열어놓는 것이 바로 ‘9회말 2아웃부터’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9회말 2아웃부터’는 내가 상대를 싸워 이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이미 이루어놓은 것을 망치고 그 대가를 내가 얻는 ‘9회말 2아웃부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며 더 크게 판을 키워 그 속에서 내가 더 많은 것을 얻는 ‘9회말 2아웃부터’를 원한다.

 

스포츠와 인생이 비슷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스포츠가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이다. 스포츠는 제로섬 게임이다. 제로섬 게임은 내가 이기면 상대가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져야 내가 이기는 것이 제로섬 게임이다. 하지만,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내가 이기고, 상대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인생이고, 나도 지고 상대도 질 수 있는 게임이 인생이다.

 

그 게임의 특징은 내가 이기고 상대가 지는 것보다, 내가 이기고 상대도 이길 때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제로섬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대가 지며 반대로 나의 이익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위를 보라. 다른 사람의 실패는 일반적으로 연쇄적인 반응으로 나에게도 큰 손해를 입히곤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성공은 주위에 떡고물을 남기며 무엇인가 새로운 기회를 항상 만든다. 그래서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이기며 상대도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나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온다.

 

 

요즘을 IMF 시즌 2라고 이야기하며 낙심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만났다. 금융에서 시작한 경기 불안은 이미 주가지수 하락과 환율 폭등과 같은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친구에게 나는 지금이 어쩌면 9회말 2아웃의 기회일수도 있다며 위로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너 위기를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위기는 ‘위험한, 기회’가 위기야. 위험에는 항상 기회가 숨어있어. 그리고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하잖아”

 

한숨을 쉬며 이야기하던 친구는 웃으며 뜻밖의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래. 9회말 2아웃부터가 진짜 야구지. 우리가 90살까지는 살 거잖아. 그럼 우리는 이제 겨우 3회 끝낸 거구나. 4회부터는 좀 실력발휘를 해야겠는 걸.”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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