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지 마라

입력 2008-09-19 10:05 수정 2008-09-19 10:13



얼마 전 ‘링컨의 진실’이라는 짧은 비디오 필름을 봤다. 책으로도 소개된 링컨의 진실에 관한 내용은 한마디로 링컨은 노예해방에 관심이 없었고, 노예를 해방시키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는 인간을 사랑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다 보니 우연히 노예가 해방되었고, 자신이 훌륭한 사람인척하느라 노예해방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로 활용했다는 거다.






– 논리는 대략 이렇다. 링컨 대통령은 공업이 발달한 미국 북부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북부의 공장주들은 백인 노동자에게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흑인 노동자들을 원했다. 하지만 흑인들은 남부의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고 있었고 북부 공장주들은 그들을 해방시켜 싼값에 자신들의 노동자로 고용하려 했단 것이다. 더욱이 남북전쟁 중에 북부의 전세가 불리해지자 노예를 해방시켜 흑인을 북부의 군인으로 전투에 참여하게 해서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승리하여 링컨이 정권을 확고하게 했다는 거다. -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기 때문에 승자의 입장에서 포장되고 승자를 미화하는 방향으로 꾸며진다. 링컨도 마찬가지다.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것은 그가 흑인들의 인권과 인간의 평등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는 거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과 기분이 드나? 이런 이슈 제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나는 링컨의 진실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어떤 책에서, 또는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는 링컨의 거짓된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숫자로 보고 다수결로 보면 링컨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여러 상관관계도 모르고, 오래 생각해보지도 못한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무조건 내린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판단을 유보하는 것도 효과적인 사고법 중 하나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어떤 사람들은 나쁜 상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나쁜 상상을 더 빨리 받아들이고 확고하게 믿으려고 한다. 특히, 자신도 모르게 자기 마음 속에 자신을 패배자라고 설정하는 사람은 역사에서 승자가 미화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승자는 비열한 속임수로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은연중에 믿는다. 그렇게 믿어야 패배자인 자신이 덜 초라해진다. 패배자인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승자는 비열한 술수를 썼고, 부자는 사기를 쳤고, 강대국은 약소국을 이용하려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패배자로 설정하는 사람은 절대로 성공할 수도 없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링컨의 진실과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자기만 아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특종을 좋아한다. 처음 듣는 새로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될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고 싶어한다. 남들은 모르는 무엇인가 비밀을 접하게 되면 ‘너희들은 모르지, 나는 알아’와 같은 마음이 생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연예인 관련 루머를 보면 정말 황당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해진다.

 

링컨의 진실과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웅심 때문이다. 악당인 링컨이 위대한 인물로 추앙 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정의의 이름으로 악의 세력을 물리치겠다’는 영웅심이 발동하여,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더욱 더 악당인 링컨을 증오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의 바탕에는 ‘세상에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가득하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악마가 가득하지 않다. 오히려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문제지 다른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다.

 

 

언젠가 신을 매우 신실하게 믿었다고 알려졌던 아인슈타인이 ‘종교란 아주 유치한 미신이다’라고 말한 편지가 발견돼 화제였다. 아인슈타인은 평소 종교 없는 과학이란 절름발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종교적이었던 그가 왜 종교는 유치한 미신이라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낸 것일까? 그는 평소 이중인격을 갖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는 종교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그 뉴스를 보며 어떤 음모를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일정하지 않아서 신을 매우 신실하게 믿는 사람도 어떤 순간에는 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에는 때때로 진실이 파묻힐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역사를 거짓된 역사로 보는 것은 정신병이다. 나는 거대한 음모에서 지구를 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가족, 내 이웃, 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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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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