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BOS 코인의 ICO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ICO 역사는 불과 1년도 안되어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2000년의 인터넷 버블과 그 모습과 기간이 비슷합니다.

필자는 추석 전에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모았다 하면 수백억씩 자금을 모아 ICO에 성공한 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군데 기업의 프로젝트 개발 현황과 사업 추진 과정을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상당히 걱정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무엇보다 자금을 모은지 1년 이상이 지났지만, 그 많은 자금을 받아 개발에 성공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과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싸늘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에 여기저기서 논란이 되고있는, 한때 시가총액이 몇 조까지 올라갔던 A사의 메인-넷이 공개된지 오래되었으나 블록이 쌓인 트래픽이 거의 전무하여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우울한 현상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 관계자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B사나 또 다른 C사 역시 메인-넷 개발에 이은 실제 블록체인의 가치를 구현하는 dApp의 운영이 론칭조차 안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ICO도 하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메인-넷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론칭하여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D사의 Case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ICO에 성공했던 몇몇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이더의 가격이 1/4 토막이 나면서, 투자유치 당시 뭇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시선을 받던 위치에서, 이제는 측은한 눈빛으로 격려의 시선을 받는 위치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필자가 글의 제목을 ‘ICO 후 폭풍 쓰나미’라고 칭한 것은 그보다는 더 깊은 사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ICO 성공 기업들은 투자받을 당시의 이더리움 가격을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춰 해외 지사를 세우고 개발자를 보충하고 경비 지출 기준을 설정해서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탄탄하게 유지될 줄 알았던 이더리움 가격이 순식간에 1/4 토막이 나면서 투자유치 총액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판단됩니다.

기왕에 뽑아놓은 직원을 몇 개월도 안되 급격하게 줄일 수도 없고, 고정비 지출도 당장 축소하기 어려워 해당 기업의 CEO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로 버틴다고 얘기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버티고 버티던 회사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에 따른 문제점의 발생은 당연지사로 예상되기에, 이에 따른 법적 분쟁은 무수히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정부 관계자들의 ‘거봐라 ICO는 모두 사기라고 했지?”라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조만간 마주 보게 될 것 같아 속이 쓰리다 못해 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권에 당첨된 숱한 사람들이 모두 인생이 망가지고 불행한 말년을 맞이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준비 안 된 기업에 엄청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다 보니 기업을 세워 굳게 맹세했던 초창기 멤버들 중에 핵심 인물들은 물욕에 사로잡혀 회사를 뛰쳐나가 또 다른 회사를 세워 ICO를 진행했던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비록 ICO를 완료했다 하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핵심 인력의 공백은 쉽게 메꿀 수 없었을 것이기에 제대로 된 메인-넷과 디앱 개발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고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모두 살펴본 필자로서는 등골이 오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ICO 후 폭풍의 쓰나미가 우려가 되고 있기에 칼럼의 제목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IE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행복한 기업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인생사 뭐든지 앞서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필자의 위치가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모인 협회의 회장인 관계로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 봤습니다.

고민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ICO에 성공한 기업의 CEO는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프로젝트의 부족한 면을 보유한 또 다른 ICO에 성공한 기업과의 M&A를 통한 통폐합에 신속하게 돌입할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메인-넷 회사가 있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자금과 인력을 합치고 불필요한 인원을 정리하면서 냉정하게 살아남고 코인 역시 스왑을 통해 그 가치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조지프 라피(Joseph Raffiee)와 지에 펑(Jie Feng)박사팀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20~50대 기업가 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창업자들이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이,
창의적이고 위험을 무릅쓴 사업가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되 '리스크를 잘 관리한 사업가' 였다는 결론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사업은 항상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기 마련이며 과정에서 초기의 계획을 수정하는 일을 주저해서는 절대로 안될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쓰나미가 오기 전에 미리 방파제를 튼실하게 손보고 대비하는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P.S
저희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협회에서는 조만간 산하 조직에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 간의 M&A를 지원하는 부서를 만들고 운영할 예정이기에 관심있는 기업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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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협회장
글로핀 회장 / CEO
전. 상장회사 소프트랜드 창업 대표이사
상장회사 넷시큐어테크놀러지 대표이사
  코넥스(제3시장) 협의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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