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신규 원전 건설 컨소시엄인 Nugen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Nugen의 소유주, 도시바는 한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하고 인수 협상을 했지만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전 우선 협상자 지정을 해제한 후, 캐나다의 자산 운용사인 브룩필드와 인수 협상을 했지만, 이 역시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달에는 Nugen 100여 명의 직원 중 60여 명을 감원해서 최소한의 규모로 축소했는데, 이제 해체와 청산을 준비한다고 한다.

Nugen 프로젝트는 한 편으론 소유주인 도시바와 프로젝트 인수 협상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영국 정부와 전력 가격, 보증, 인허가 등을 협의해야 하는 2인 3각 경주다. 어느 한 쪽과 보조가 안 맞으면 나아갈 수도 없고,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각 당사자들의 의도와 장애물을 파악하여 같이 목표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각자의 입장을 보면 이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영국 정부에게 원자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신. 재생 전력 부문 건설비와 CfD 단가는 많이 떨어졌는데, 신규 원전은 오히려 건설비가 증가하고 공기도 지연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140-150 /MWh였던 해상풍력의 CfD낙찰가가 2017년에는 £50-60/MWh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재는 가스발전보다 저렴한데, 추가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 해상 풍력 설비는 현재 7GW가 가동 중이고, 7GW가 건설 중인데 2020년에 2GW를 추가해서, 전체 16GW 설비로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충당할 계획이다.
원전이 기저수요인 점을 감안하여 영국정부가 Nugen의 원전 CfD 단가를 EDF단가 £92.5/MWh 보다 낮추어 £70~80/MWh를 제시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절실하지는 않다.

한전은 영국 정부에서 적정한 가격과 보증을 제공하면 투자하고 영국에 제2의 원전 수출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RAB 모델을 적용한 CfD 가격과 수익률을 장담하기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나 투자 심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향후 신규 원전의 폐기물 처리 비용 부담 문제가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영국 신규원전 폐기물 처리 비용은 영국 정부가 아니라 원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Nugen 싸이트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무기 제조 시설로 쓰던 곳인데, 그 당시 안전이나 폐기물 처리 개념이나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서, 어디에 어떤 폐기물이 얼마나 묻혔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불확정한 위험을 감안하면, 사실은 Nugen의 Strike Price는 Hinkley Point C보다 더 높아야 한다.

지난주에 전임 영국 에너지 장관이었던 에드워드 데이비 경을 만나 에너지 시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전의 영국 원전 참여를 적극 도왔던 데이비 경은 뉴젠의 향후 전망을 그리 밝게 보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이미 지적한 대로 해상풍력 등 신·재생 발전 건설비가 하락한 반면, 원전 건설비는 오히려 상승하고, 공기는 늘어나서 에너지 원 간 비교 우위를 상실했고, 다른 하나는 현재 영국 정부가 Brexit 문제에 탈진된 상태라, 큰 프로젝트에 매진해서 결론을 낼 만한 추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한데, Nugen 싸이트 자체의 문제점, 원전 사업자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접근하기를 권했다. 다른 컨서시엄들, 싸이트들, 중소형 원전과 차세대 원전 등 더 좋은 프로젝트들과 기회들을 위해 장기적인 전략과 참여 방안을 철저하게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영국 정부는 한전도 당연히 다른 사업자들처럼 프로젝트 위험을 부담하고 개발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Westinghouse나 EDF, 심지어 중국까지도 5년 이상씩 몇 조원씩을 선투자하여, 프로젝트를 매수하고 노형평가와 부지 개발 인· 허가 등을 준비했다.
한전은 반대로 영국 정부가 위험을 다 부담하고 프로젝트를 준비해서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이는 영국 정부가 수십 년 전에 했던 Regulated Market방식이다.  아무리 원전 건설이 급해도 많은 투자를 통해 민영화한 전력시장을 다시 과거의 규제시장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일부 자산만 규제 대상으로 하여 Regulated Asset Base라는 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당사자들의 해결 의지는 차치하고 주변 여건들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안으로는, 가격 문제는 영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신규 원전에 한해서 CfD와 Capacity 요금을 같이 받을 수 있게 정부가 보증하고, 폐기물 책임은 영국 원전해체청(NDA)이 이미 셀라필드의 원전 해체를 향후 100년 이상에 걸쳐 추진할 계획이므로, 폐기물 책임을 건설 이전은 영국 NDA가 부담하고, 건설 이후는 원전 사업자가 지는 식으로 나누어 처리하거나, 비용을 보전받는 방법을 협의해봄 직하다.

한전은 협상 여하에 따라서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나 회피와 수익 보장도 가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Supply Chain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건설은 금융비용이 공사비의 30%를 차지하고, 공기 1년 지연에 공사비 추가 10%, 그 이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근본적인 위험들이 있다.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은 현재 이 위험들을 제대로 관리 못 해서 도산하거나 여려움에 처해 있다.

이 쉽지 않은 2인 3각 경주는 양옆 파트너들을 부축하며 힘을 모아 한 팀으로 결승점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과연 중추적인 경기자인 한전이 자기와 파트너들의 장애물까지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완주할 체력과 기술, 전략은 과연 있는 걸까?

김동성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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