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늙은 오늘과 가장 젊은 오늘

입력 2007-10-29 16:46 수정 2007-10-29 16:46
어느 강연회에서 명사초청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날의 초청 강사는 명의로 이름이 높으신 권위 있는 의사 선생님이었다. 건강에 대한 대중 강연을 하시면서 그 의사 선생님이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Q) 이거 먹으면 오래 삽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잠시 생각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내 뒷자리에 앉아있던 분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밥입니다. 밥 많이 먹으면 오래 살죠. 밥이 최고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유쾌하게 웃었지만, 강사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물, 홍삼, 버섯 등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말했다. 어떤 사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욕입니다. 욕 먹으면 오래 살죠.” 라고 말해 또 한번의 폭소를 자아냈다. 사람들이 다양한 답을 쏟아낼 때 특강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답은 나이입니다. 나이 많이 먹으면 오래 사는 거잖아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모두들 즐겁게 웃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즐겁게 하시고 강사는 건강에 대한 강의를 계속했다. 나는 그 질문이 재미있으면서도 매우 인상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봤기 때문이다.

 

(Q) 이거 먹으면 죽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답도 나이다. 나이 먹으면 오래 살고, 또 나이 먹으면 죽는 거다. 먹으면 오래 사는 것과 먹으면 죽는 것에 대한 공통된 대답이 나이라고 생각하니 재미있으면서도 무엇인가 머리 속을 두들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어떤 사람은 나이 먹으며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나이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른 정보를 접하고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는 거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로, 아프리카에 시장조사를 간 두 명의 신발 회사의 영업 사원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두 명의 영업 사원이 아프리카에 갔다. 신발 회사 직원이었던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발을 팔기 위해 시장조사를 나갔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맨발로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한 사람은 회사에 보고서를 쓴다.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는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신발을 팔 수가 없음.”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이렇게 보고서를 썼다.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는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신발의 필요성을 조금만 일깨워주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개척될 것임.”

 

우리는 항상 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보가 돈이라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이다.

 

어려운 난관에 좌절하며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 때문에 안 되는구나.”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정말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구나.”

 

하지만, 똑 같은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 때문에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거구나.”

“이것만 해결하면 큰 행운인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힘들어 하겠군. 그게 나에게 기회야.”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런 말은 사극에서 어느 도사님이 할만한 대사지,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볼수록 도사님이 하는 말씀이 옳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내 인생은 결정될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거울을 보면서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예전에 멋있고 예뻤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울한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날이다. 오늘은 우리 인생에 가장 늙은 날이다.

 

오늘에 대한 또 한가지의 선택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오늘을 즐기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살아갈 날들 중 가장 나이가 적은 날이다. 오늘은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 나는 젊음을 즐기며 앞으로의 인생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우리에게는 같은 오늘이 주어졌다. 어떤 오늘을 선택하느냐가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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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 있어서 출판사에 제 칼럼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물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흔쾌히 승낙했고, 20분에게 책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책은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이라는 미니픽션입니다. 미니 픽션은 아주 매우 짧은 소설을 말하는데,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에 있는 미니픽션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 한 줄이 바로 소설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소설가의 말보다 독자의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이 바로 미니픽션인 거 같습니다.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은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으로 60개의 미니픽션이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 20명에게 드리겠습니다.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세요. 이번 주말까지 신청하시는 분에 한하여 선착순(10명) + 추첨(10명)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박종하 드림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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