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사고의 함정

입력 2007-10-08 14:33 수정 2007-10-08 14:33
작은 샘을 가진 두 마을



물이 귀한 어느 지역에 두 마을이 있었다. 두 마을 모두 작은 샘이 하나씩 있었는데, 물이 부족한 마을에 그 샘은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한 마을의 지도자는 귀한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필요한 만큼씩 물을 너도나도 쓴다면 머지않아 샘물이 바닥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물 사용량을 제한했다. 샘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며 물을 쓰지 않는 날도 만들어 귀한 샘을 보존하려 했다. 반면, 다른 마을의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물을 쓰도록 허용했다. 물이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는 샘물을 꾸준히 퍼 올리게 했다.

 

샘물 사용을 통제한 지도자는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도자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내일을 대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지도자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두 마을에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샘물 사용을 제한했던 마을의 샘에서는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고, 샘물을 꾸준히 퍼 올린 마을의 샘에서는 계속 많은 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머리 속을 맴돌았다. 무엇인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지적하는 것 같아 이야기 속의 상황을 몇 번씩 생각해봤다. 이야기 속에서 물을 아끼려고 마을 샘의 접근을 통제했던 마을의 지도자는 매우 진지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을 위한 그의 생각은 오히려 마을에 큰 재앙을 불러왔다. 그는 샘물은 꾸준히 퍼 올려야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건을 내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반드시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되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생각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가끔 우리를 어떤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마치, 작은 샘에서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샘물을 꾸준히 퍼 올려야 한다는 지식이 없었던 지도자가 마을을 어려움에 빠뜨린 것처럼 말이다.

 

 

합리적인 생각이란 대부분 자기만의 생각이다. 논리적인 생각도 많은 부분 자기만의 논리다. 자기만의 생각과 자신만의 논리라는 것은 부분적이고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일들은 통합적이고 불규칙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합리적인 생각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립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현명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샘물을 아꼈던 마을 사람들이 샘물을 아끼지 않고 계속 퍼 올렸던 마을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물을 얻는 것을 봤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샘물은 꾸준히 퍼 올려야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끝까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인생은 불공평해.”

“세상의 정의는 어디에도 없어.”

“신은 죽었어. 이걸 보면 알 수 있다고.”

 

자기만의 논리나 부분적인 합리성을 신봉하는 사람들 중에는 세상을 원망하고 신을 탓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어떤 사건의 결과가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닌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알지 못하며 그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으로 행동하고 자신만의 기분으로 살곤 한다.

 

 

작은 샘을 가진 앞의 두 마을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조직의 리더가 갖는 통찰력과 종합적인 판단력이 그 조직의 성장과 번영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자원이 풍부하고 문화적인 여건이 좋아서 과거에 우리나라보다 잘 살던 국가들이 대중 영합적인 대통령의 등장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본다. 나는 그런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대통령도 샘물을 아꼈던 마을의 지도자처럼 국민을 사랑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 거다.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생각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인생의 통찰력과 종합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생의 통찰을 쉽게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기 철학과 신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 자기만의 논리나 자신의 합리적인 생각에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정도가 일단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현명함 아닐까?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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