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입력 2007-10-04 16:12 수정 2007-10-04 16:12
아프리카의 길고 긴 여름에는 작은 냇가의 물이 말라 강가로 얼룩말들이 몰려든다.

얼룩말은 그 강에서 물을 먹지 않으면 어디서도 물을 먹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강에는 얼룩말을 노리는 악어가 있다.

악어는 얼룩말이 물을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물속에서 뛰어나와 얼룩말을 물고 강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얼룩말은 악어에게 물리는 순간 자신은 죽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얼룩말은 악어가 숨어있는 그 강에서 물을 먹어야 한다.

물을 먹지 못하면 어차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얼룩말들은 매일 목숨을 걸고 물을 마셔야 하고,

매일 몇 마리의 얼룩말들은 악어에게 잡아 먹혀 죽고 있다.

 

 

남극의 기나긴 겨울에는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얼어붙는다.

남극의 신사 펭귄은 얼음 아래 차가운 바다 속으로 먹이를 잡으러 나가야 한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펭귄은 먹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얼음 아래 차가운 바다 속에는 펭귄을 노리는 바다표범이 있다.

바다표범은 펭귄이 바다로 뛰어들 때,

빙하의 밑부분에 숨었다가 펭귄을 물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펭귄은 바다표범에게 물리는 순간 자신은 죽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펭귄은 바다표범이 숨어있는 그 바다에 나가야 한다.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어차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펭귄은 매일 먹이를 찾아서 바다로 나가야 하고,

매일 몇 마리의 펭귄들은 바다표범에게 잡아 먹혀 죽고 있다.

 

 

가끔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으면, 걱정근심 없이 사는 동물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상사에게 핀잔을 듣지 않아도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고,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주어진 자연 그대로의 삶을 즐기는 동물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아프리카의 얼룩말이나 남극의 펭귄처럼 동물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악어나 바다표범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는 매일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하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과 가난 또는 질병 때문에 목숨을 걸며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태어난 나라와 나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스스로 행복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도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며,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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