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터넷 갈무리

사흘 전 퇴근길에 운전하던 차안에서 FM라디오 '배캠(배철수의 음악캠프)'을 켰습니다. 최근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던 길. 고등학교 때부터 배캠은 즐겨 듣던 방송이라 저녁 6시 이후 운전하는 날에는 습관적으로 채널 91.9MHz에 고정합니다. 그런데 이날 뜻밖의 인물, '가왕' 조용필(68)이 나왔습니다.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방송 '위대한 여정'을 위한 특별 출연이었습니다. 조용필이 라디오에 출연한 건 15년 만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조용필은 "1992년부터 방송 출연을 안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최고로 유명한 가수는 TV에 출연 안한다는 얘길 듣고 그때 당시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 TV 출연을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그 약속을 한 번은 어겼다. 1996년 TV 출연을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순간 옆에 있던 배철수가 싱긋 웃었습니다. 대신 TV 출연을 안하니깐 그만큼 공연장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줄었고 방송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하더군요. DJ 배철수는 방송 도중 "지금 포털 검색어 1위에 조용필이 올라와 있다. 자기도 덩달아 4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조용필은 우리 아버지 세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고 지금도 가요계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가수입니다.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데뷔했으니 에릭 클랩튼이나 닐영과 프로 음악인의 인생을 걸어온 시기는 비슷합니다. 국내에선 '창밖의 여자'가 수록된 1979년 1집을 시작으로 1980년대 최고 전성기를 누린 국민가수였죠. '못찾겠다 꾀꼬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꿈', '모나리자', '허공', '서울서울서울' 등 그야말로 숱한 히트곡을 냈습니다.
친형이 갖고 있던 통기타 때문에 음악의 길을 걷게 됐다는 조용필은 가수로 유명세를 타기 전에 기타리스트를 꿈꾼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영국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1975년 히트곡 '광기의 다이아몬드(Shine on you crazy diamond)'에서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 연주에 반해 기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선 음악 전문가 100명이 꼽은 조용필 최고의 노래 1위로 '단발머리'가 소개됐습니다. '단발머리'가 발표된 1980년은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촉발시킨 디스코 열기가 세계적으로 뜨거웠던 때입니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리듬과 편곡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를 한국에 소개했던 셈이었는데 가요계에선 참으로 앞서갔던 사운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동시대 활동한 동료들이 이젠 은퇴해 무대를 떠났고 수많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연기자로 직업을 바꿨는데도 30년 전 TV에서 자주 봤던 '노장' 조용필은 지금도 현역입니다. 2013년 모던 록 앨범 <헬로>를 내놓고 '바운스'를 히트시켜 젊은 세대와도 소통했고, 19장의 정규음반을 내는 동안 꾸준히 콘서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음악활동을 예고했습니다. 조용필은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신곡을 만들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말했습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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