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 도매업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도매업이 활기를 띨 것 같다. 북한 제품을 남한으로 보내거나 남한 제품을 북한으로 보내는 장사다. 막혔던 판로가 뚫리면 거기에 맞는 장사 수단이 나오게 되고, 물건을 보면 사람들은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유통업의 대표적인 수단이 도매업이다. 개성에다 도매업을 하면 나도 개성상인이 되는 거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도매업이 허가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장마당이 발달되어 있다 하더라도 소매업 한정이지 도매업은 아직도 정부 독점으로 되어 있다. 북한 당국이 도매시장을 건설하고 여기에 국가 기관의 생산소, 협동농장, 국가 상업기업소 등이 입주하여 도매를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것은 공식적인 것이고, 비밀스러운 것은 비밀스러울 때가 있다. 북한 전역에는 수백 명의 도매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금과 물품이 부족한 국가기관과 손을 잡고 영업을 한다. 돈은 도매꾼이 대고 번 돈의 일부를 국가기관과 나누고, 또 일부는 그 기관의 기관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북한에 도매업을 하려면 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이들이 주로 소재하는 곳은 북한에서도 주요 거점도시에서 소매상으로 물건이 퍼져나간다. 거점도시로는 강계, 함흥, 청진, 나진선봉, 신의주, 평양, 평성, 사리원, 해주 그리고 개성이다. 중국과 연안한 지역은 강폭이 좁아 밀무역도 꽤 크다. 평양 근처의 평성은 북한 최대의 도매중심으로 꼽히고 있다. 보통의 도매상들은 1-5만 달러 정도의 자금을 가지고 한두 개, 많아야 너댓개 정도의 품목에 집중한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창고는 장마당 주변에 있고, 창고 임대료를 국가기관에 임대료를 일정액을 내고 사용한다. 도매상인은 주로 공식적인 업무에서 빠져 가정을 돌보아도 되는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일에서 빼주는 대신 식량 배급도 적게 주려는 계층 중에서 장사 수완이 좋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들로 봐서는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남한에도 숭인동 완구시장,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 중곡동 악세사리도매시장, 화곡동 도매시장 등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곳에서 물건을 받아 북한에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받는 것은 기본 수량이 크기 때문이다. 교역이 재개되면 판문점 자유의 다리나 도라산역을 지나는 철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 편리성에서 크게 향상될 것이다. 육로 통행이 가능하다면 트레일러나 8톤 트럭으로 구매하여 이를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 상품을 수송하는 체계를 만들어도 좋겠다. 그럴 정도가 된다면 운송비, 운송 효율 및 시간 절감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이럴 때 이 트럭은 서울 출발해서 개성, 평양으로 가서 물건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평양에서는 북한 전역에서 모아둔 제품이나 특산물을 싣고 다시 남한으로 와서 남한 전국에 뿌려주면 된다. EU가 통합되었을 때 이런 일을 대행해주는 전문 운송업이 생겼다. 지금도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트럭 기사들이 있다. 예전에 비하면 국경 검문이 없어져서 더욱 활성화되어 있다.

거래대금의 결제는 옛날 개성상인들이 하듯이 하면 될 수도 있다. 어음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물건을 주고받을 때마다 대금을 지불하기 보다는 물품을 북한에 보낼 때 어음을 받고, 물건을 받으면 어음을 준다. 그리고 일정 기간마다 주고받은 물건의 차액을 계산하는 청산결제 방식이다. 남북한 간에는 수출입은행을 주 은행으로 하는 청산결제 협약을 맺기로 되어 있다. 향후 이러한 협약이 맺어지면 위험이 덜어질 것이다. 북한 도매 파트너를 구할 때는 가장 우선시되는 능력이라면 역시 제때 좋은 물건을 잘 구해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는 제조업 생산 능력이나 농수산물 생산 능력은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고, 매우 후진적이다. 비가 오면 생산되지 않고, 눈이 오면 길이 끊겨서 구한 물건도 오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게 생길 것이다. 잘못될 일이 많겠지만, 그런 일을 고의적으로 일으키지 않고, 천재지변이나 관료주의 등에 에 의하여 생긴 어려움을 잘 풀고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북한 도매업의 최우선적인 일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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