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이가 봉팔이와 헤어진 이유

입력 2006-03-31 13:37 수정 2006-03-31 13:37
봉팔: “나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운도 없는 그런 녀석이에요. 그래서 계속 만나자고 말하기가 미안하네요.”

미숙: “그럼 헤어지자는 말인가요?”

봉팔: “꼭 그런 뜻은 아니지만, 당신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날 수 있잖아요.”

미숙: “네, 그렇게 해요. 이제 우리 그만 만나면 되죠.”

 

 

이렇게 미숙이와 봉팔이는 헤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로를 아끼며, 결코 다른 상대를 구하려 하거나 헤어지거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사소하고 의미 없는 몇 마디의 말을 주고 받으며 그들은 헤어졌다. 자신들도 모르는 어떤 하강효과에 빠지면서 말이다.

 

미숙이와 봉팔이의 속마음을 살펴보자. 먼저 봉팔이가 말한다.

봉팔이: “나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운도 없는 그런 녀석이에요. 그래서 계속 만나자고 말하기가 미안하네요.”

 

봉팔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미숙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미숙이의 대답은 봉팔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봉팔이는 투정을 부리며 징징거렸을 뿐이다. 아주 유치한 거 같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봉팔이처럼 투정 부리고 징징거린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건 자기 존재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질 때 주로 나타난다.

 

자신감으로 용기가 충만할 때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도와주려는 생각으로 긍정적인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 반대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마음이 여린 상태에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보호 받고 싶어지고 부정적인 언어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나를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언어는 하강효과를 만들어서 안 좋은 일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킨다. 반대로 내가 나를 강하다고 생각하면 나는 실제로 강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긍정적인 언어를 쓰다 보면 상승효과가 발생하여 좋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거다.

 

이번에는 미숙이가 한 말을 보자.

미숙: “그럼 헤어지자는 말인가요?”

 

미숙이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남자가 다른 여자가 생긴 건가? 왜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미숙이는 봉팔이가 평소에 예쁜 여자에게 곁눈질했던 것이 생각나기도 하고, 잡지에서 남자들은 무조건 예쁜 여자들만 좋아한다는 기사도 생각이 났을 거다. 어쩌면 남자들은 쉽게 여자에게 싫증을 느낀다는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혼자서 손해를 보거나 바보가 되는 일은 당하지 말아야겠다고 평소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그녀의 부정적인 생각은 위로 받고 싶은 상대를 의심하고 경계해서 약한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부친 것이다.

 

다시 봉팔이는 말한다.

봉팔: “꼭 그런 뜻은 아니지만, 당신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날 수 있잖아요.”

 

봉팔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아니 이 여자는 나와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내 미래가 불확실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 여자는 내 조건을 계속 저울질하고 있었던 거 같아.”

 

봉팔이는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하지만, 확실한 미래를 보장 받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모에게 많은 돈을 물려받거나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에게도 확실한 미래는 없다. 그렇게 보면 모든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거다. 하지만, 봉팔이는 혼자만 그런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냥 불안해 하고 자신감을 잃고 있다. 더구나 그는 속으로 ‘여자들은 조건 좋은 남자만 찾아’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서 미숙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실제 미래가 불확실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스스로의 강함을 모르고 더 좋은 미래를 개척할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여자 입장에서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자신의 평가처럼 된다. 그건 겸손하고 다른 문제다. 오히려 왕자병이 있거나 잘난 체하는 재수없는 남자만 못한 거다.

 

미숙이는 이렇게 결론적으로 말했다.

미숙: “네, 그렇게 해요. 이제 우리 그만 만나면 되죠.”

 

미숙이와 봉팔이는 속으로 이렇게 서로 생각했을 거다.

“평소에 예쁜 여자만 밝히더니 드디어 내가 싫증이 났군. 그럼 나도 미련 없어.”

“좋아, 헤어지자. 이 여자는 남자의 조건을 따지는 여자야.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의 남자가 생겼나 보군. 나도 미련 없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언젠가 어떤 광고에서 본 카피가 생각난다.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낀다.”

 

나는 사실 이 카피를 잘 이해 못했는데, 한 친구가 이렇게 설명해줬다.

“광고 속의 주인공인 여자가 슬픈 것은 남자가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모르는 여자가 내 남자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내 남자를 믿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현실이 슬픈 거지.”

 

 

우리는 때로 좋은 면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의 사소하고 작은 실수나 약점에 집착한다. 때로는 자신의 작은 잘못에 집착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렇게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현실 속의 나는 정말 그렇게 가치 없는 사람으로 떨어지는 거다.

 

우리는 내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자. 마음이 여려질 때에는 내가 했던 착한 일이나 성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나보다 약하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보자. 그렇게 내가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할 때 내가 하는 일이나 내 주변에 상승효과가 발생하여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거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의 힘이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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