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교훈

입력 2006-03-03 09:29 수정 2006-03-03 11:20
2002년 노벨연구소가 세계 최고의 작가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을 선정했다. 최고의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은 바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이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뽑힌 이유는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통해 인류가 본받을 만한 인간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벨연구소의 설명이다.

 

돈키호테는 분명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다. 때로는 현실적인 벽을 생각하지 않는 무모함을 보이지만, 결코 꿈을 버리지 않는 강인함을 갖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순수함을 갖고 있고, 강력한 적과 싸우며 물러서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이며, 잡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을 좇는 이상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바로 돈키호테다.

 

그의 키워드는 꿈과 비전, 목표와 도전, 순수함과 용기다. 자신의 인생에서 움츠려 들어 있는 사람들이나 안정적인 현실을 위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직장을 선택하는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돈키호테는 작은 변화에 움츠리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꿈과 비전을 향하여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다.

 


 

 

 

 

 

 

 

 

 

 

 

 

 

 

 

 

왼쪽 작품은 피카소의 돈키호테이고, 오른쪽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멕시코의 화가 오캠포(Octavio Ocampo)가 그린 돈키호테다. 왠지 모르게 그냥 평범하게 그려진 돈키호테는 우리가 알고있는 돈키호테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작품 자체가 합리적인 이성을 뛰어넘는 무언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를 품고 있어야 제대로 돈키호테를 표현하는 것 같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돈키호테의 유일한 추종자 산초 판사는 어떤 섬의 태수가 된다. 진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산초 판사는 다음과 같은 매우 엄격한 법령을 발표한다.

 

이 섬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무엇 하러 여기에 왔느냐?”고 묻는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문제없이 통과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다면 바로 교수형에 처한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국경을 넘어와 무슨 일로 왔냐는 병사들의 질문에 “나는 교수형을 당하러 이 곳에 왔다”고 했다. 병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남자를 그냥 통과시키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따라서 그를 처형해야 한다. 하지만, 그를 처형하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이 되기 때문에 그를 처형할 수 없고 그냥 통과시켜야 한다.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병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임태수 산초 판사에게 의견을 물으러 왔다.

 

[질문] 당신이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

 

 

이 이야기는 그리스 철학자들이 많이 논쟁한 <악어와 아기>의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어떤 악어 한 마리가 아기를 입에 물고 아기의 엄마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내가 아기를 잡아먹을지 안 잡아 먹을지 알아맞히면 아기를 무사히 돌려주지.” 엄마는 어떤 대답을 해야 아기를 구할 수 있을까?

 

고심한 아기의 엄마는 “너는 우리 아기를 잡아 먹을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엄마의 주장은 이렇다. 악어는 자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기를 잡아 먹을 수 없다. 만일 아기를 잡아 먹으면 아기의 엄마는 악어가 어떻게 할지 알아 맞힌 것이 되기 때문에 악어의 질문을 맞힌 것이 된다. 따라서 문제를 알아 맞히면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아기를 살려 줄 수 밖에 없다.

 

아기 엄마의 주장에 악어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아기를 돌려주고 싶어도, 내가 아기를 돌려주면 네가 내 행동을 알아 맞히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에, 나는 아기를 잡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주장하던 악어도 막상 아기를 먹게 되면 아기의 엄마가 문제를 맞춘 것이 되기 때문에 아기를 먹을 수는 없을 거 같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악어와 아기>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의 대답이 얼마나 현명한가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악어의 질문에 다른 어떤 대답보다도 현명한 대답을 아기의 엄마가 한 것이다. 순환되는 논리의 구조 속으로 문제를 빠뜨려서 어쩔 수 없게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나는 돈키호테에서 앞의 질문에 더 현명한 판단을 얻었다. 앞의 질문을 한번 들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산초 판사는 이야기를 몇 차례나 반복시켰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경을 넘어온 그 남자를 그냥 무사히 통과시켜라. 그 이유는 선을 베푸는 것이 악을 베푸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머리를 쥐어짜서 나온 결론이 아니다. 내가 이 섬의 태수로 오기 전날 밤에 내 주인 돈키호테가 수 차례 나에게 가르쳐주었던 마음가짐의 하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판단하기 어려울 때에는 자비의 길을 취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일들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만 처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려고 하는가?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의를 올바르게 실천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돈키호테의 가르침을 실천한 산초 판사의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권영설의 <돈키호테의 꿈>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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