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과 보이는 관심

입력 2005-12-30 10:44 수정 2005-12-30 14:00
사람들은 누구나 진지해지고 철학자가 되는 시기가 한번쯤 있다. 아마 요즘처럼 해가 바뀔 때가 그런 시기 같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성찰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이를 더 먹으면서 인생에 대한 조바심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시기는 우리를 철학자가 되게 한다. 자기 삶을 고민하게 하고, 인생을 생각하게 하니까 말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나는 내가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가끔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바로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들, 또는 아주 가까이에 있어도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쳤던 사람들. 그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야>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마 다들 비슷할 거다.

 

관심이라는 건 참 소중한 거 같다. 사랑의 반대말을 사람들은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관심이라는 것은 바로 사랑을 뜻하는 거다. 사랑이란 관심을 갖는 거다. 어쩌면 관심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동물과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르다. 생리적으로 동물과 비슷하게 보이는 인간이 결정적으로 동물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당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사실 인간은 많은 부분 정말 동물과 비슷하다. 옛날보다는 오히려 과학이 발달한 최근에 사람들은 인간이 동물과 비슷하다는 것들을 더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인간의 많은 문제를 생리적으로 접근한다. 머리가 아프면 어떤 알약을 먹어서 아픈 머리를 치료하고, 우울하면 알약 하나 먹고, 기분이 좋아지고 싶으면 알약 하나 먹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사람들은 우리의 사랑도 화학반응으로 분석하여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동물적인 어떤 반응 이상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누구도 자신의 인생이 단지 화학 반응으로 단백질 합성을 하다가 더 이상의 작용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반응이 멈추는 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동물과 다른 인생을 갖춰야 하는 거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한다. 우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이 추운 겨울에 차가운 방에서 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한다. 나는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의 <인간은 무슨 동물이다>라는 명제에 사랑이나 관심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다. <인간은 사랑을 아는 동물이다> 또는 <인간은 서로 관심을 갖고 사는 동물이다> 등과 같이 말이다.

 

 

분명 우리는 동물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동물들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배설하고 싶을 때 배설하면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가 동물과 다르게 산다면 우리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구체적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삶으로 나타나야 하는 거다.

 

자신의 인생이 단지 단백질 합성만 하다가 어느날 화학반응이 끝나면서 종료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좀 더 사랑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좀 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현해보자.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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