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과서

입력 2005-12-23 10:21 수정 2005-12-23 14:58












요즘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황우석 박사님에 관한 뉴스다. '생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뉴스 기사와 인터넷의 글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 한 달이 넘게 보냈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전에 어떤 소설가가 대한민국에서 소설가로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터지는 나라에서 국민들이 왜 소설을 읽겠느냐고 웃으며 말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황우석 박사님의 사건을 몇 달째 접하면서 나는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PD 수첩에서 처음 문제를 터트렸을 때에 사람들은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윤리와 과학에 대한 고민과 주장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했고 윤리문제가 아닌 과학 자체의 문제로 바뀌었을 때는 과학자의 과욕과 실수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게임 속에서 무언가 모르는 돈의 문제에 대한 추측과 추리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두뇌를 매우 활성화시키고 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들의 I.Q가 매우 높아졌을 거 같다.

 

사회적인 이슈나 뉴스는 그 어떤 교과서보다 더 효과적인 공부가 되는 거 같다. 뉴스나 이슈는 매우 좋은 교과서다.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경험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을 키우기 위해 책도 읽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려고 한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적인 이슈를 자세히 관찰하고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은 매우 좋은 공부 방법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교과서에는 주어진 메시지가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뉴스는 매우 다이나믹하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건들이 터지면서 자신의 감정에 상처도 입으면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다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이슈와 뉴스는 정말로 좋은 학습 교과서이다.

 

 

사실 사람들은 사회적인 이슈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 몇 가지만 돌이켜봐도 알 수 있다. 가령, 예전에 서태지를 생각해보면 삼성 경제연구소에서는 서태지 마케팅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을 정도로 일반 기업들이 서태지 마케팅을 배우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인기 절정의 서태지는 2집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9개월 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가수들이 한번이라도 TV에 얼굴을 더 내밀려고 하던 시기였는데, 서태지의 잠적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의 팬들은 그에 대하여 더욱 더 열망했고, 2집을 들고 나온 서태지는 더 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3집 때도 4집 때도 그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정말 새로운 마케팅이었다.

 

오대영(5:0) 감독이라고 불리던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던 사건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교훈을 주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우리는 고정관념이 많았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과 투지가 높지만 기술이 떨어진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관전한 히딩크의 첫마디는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축구에 대하여 더 많이 보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자신의 눈을 가진> 외국인 감독이 간파했던 거다. 그리고 그가 했던 많은 말들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가령, ‘축구를 즐겨라’, ‘재미있게 즐겨야만 상대로 이길 수 있다’, ‘애국심으로는 절대 16강에 갈 수 없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말을 그냥 교과서에서 접한 것과 동시대를 살면서 뉴스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이 경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매우 값진 경험을 했던 것이다.

 

사회 이슈를 교과서로 삼아보자. 뉴스와 사회적인 이슈들은 우리에게 좋은 학습 교과서가 되고 있다. 물론, 관심이 없거나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인 이슈가 아무런 학습의 효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관찰하고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사람에게는 의미를 주고 정말 좋은 교과서가 되는 것이다.

 

 

뉴스는 또 재미있는 망상과 상상을 주는 재미도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번 황우석 박사님의 사건을 소재로 말도 안 되는 정말 황당한 소설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가령, 이런 생각을 해보자. 황우석 박사님의 기자회견과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원장님이 같은 날 기자회견을 했다. 황 박사님은 결연한 의지를 표출하며 기자회견을 했고, 노 원장님은 눈물을 보이며 기자 회견을 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있고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또는 둘 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속고 있고 또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걸 가지고 소설을 써보자. 아마 소설은 두 명의 기자 회견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이렇게 시작하면 좋을 거 같다.

 

<결연한 의지로 말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서 결연하다. 두려운 사람이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서 더욱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엇인가 숨기는 사람은 오히려 정정당당한 표정과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눈물을 흘릴 때는 명예의 문제보다는 돈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나이 먹은 남자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들이 눈물을 흘릴 때는 분명 돈과 관련된 일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두 명의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소설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하지만, 소재를 뉴스에서 가져오더라도 소설은 그냥 소설이다. 현실과 착각하지는 말아야 할 거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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