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입력 2004-06-04 14:00 수정 2004-06-04 14:00









이 그림(석판화)은 전망대라는 에셔(M. C. Escher)의 작품이다. 전망대의 위층으로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아래층의 내부에 놓인 사다리를 올라가면 위층의 외부로 올라갈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이미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어떤 부인은 멀리 전망을 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부인도 전망대로 안내를 받고 있다. 아마, 내부에서 외부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타고 그 부인도 전망대로 올라갈 거 같다.



그림의 아래 부분에는 어떤 소년이 무엇인가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 그 소년이 들고 있는 것을 자세히 보면 불가능한 대상이다. 1958년 작품인 에셔의 전망대에 나타난 그 불가능한 입방체를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소년은 불가능한 형상을 들고, 그것의 전개도처럼 보이는 어떤 도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소년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소년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앉아있는 전망대의 전체가 바로 자신의 손에 있는 불가능한 형상처럼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거다.

어쩌면 그 소년은 처음부터 알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게 보면 그 소년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알 수 없는 형상을 갖고 고민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그렇지 않나.





나는 그림 속의 소년을 보면 수학자 칸토어와 괴델이 생각난다. 그들은 그림 속의 소년처럼 고독했고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수학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고, 정신쇠약으로 죽었다는 거다. 에셔와 비슷한 시대를 살면서 말이다.



우리는 가끔 그림 속의 소년처럼 고독에 빠진다. 칸토어와 괴델처럼 인간지성의 한계에 도전하며 극도의 정신쇠약에 시달리지는 않아도,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생각에 잠기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불가능한 입방체 대신 사업계획서를 들고 생각에 잠기고, 어떤 사람은 사진 속의 여자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혹시 지금 당신이 고독하다면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있나?



우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쉽게 얻어지는 것보다는 얻기 어려운 것을 더 많이 원한다. 그리고, 하나를 얻은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얻으려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욕심은 도전하게 하고, 때로 그를 고독에 빠뜨린다. 어떤 고독은 우울증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술 취함과 심한 마음의 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욕심은 발전을 이루는 가장 큰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모든 괴로움의 출발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금지되어 있는 것을 더 간절히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고독은 그 뿌리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것은 전망대를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 못하는 저 먼 곳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가지 않나?





나는 내가 고독에 빠지거나 실패의 절망 속에 빠질 때면 항상 생각하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이야기가 고독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고독에 빠질 때 기억하길 바란다.





이야기 1.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옛날 이스라엘의 다윗이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전쟁에서 큰 승리를 얻으면 그 기쁨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화가 생기고, 자신이 전쟁에 패하여 고독과 절망에 빠지면 그것 역시 화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보석 세공인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전쟁에서 이기거나 패할 때 모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좋은 말을 반지에 새겨서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석 세공인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솔로몬에게 갔다. 솔로몬은 바로 대답해줬다고 한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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