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은퇴자를 대하는 자세

누구에게나 은퇴는 처음 맞이하는 경험이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오되 개인차가 크다.
평상시 존경했던 분이 퇴임식과 함께 은퇴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른 은퇴를 맞는 분들과는 다르게 은퇴를 통해 경험하게 될 새로운 출발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느껴졌다.
신선했다. 열심히 살아왔고 은퇴 후에도 멋지게 삶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해졌다.
바로 AAK(Accor Ambassador Korea Hotel) CEO로 10여 년을 근무한 권대욱 대표의 이야기다.
과연 은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은퇴를 환영해주는 버팀목 같은 아내와 든든한 가족들의 울타리도 그 비결 중에 하나일 것이다.
퇴임식 날 자신이 근무한 호텔의 매출에도 기여하고 고마운 지인들에게 식사대접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회사에 경비부담을 주는 대신 추가경비를 아내에게 내주면 안되겠느냐는 권대표의 제안도 보기 드물지만
"그렇게 합시다! 당신 퇴임식 날 당신이 내게 해준 반지 팔면 되겠네요!"라고 통 크게 수락한 아내의 대답은 더욱 이색적이다.
이 대화를 통해서 권대표가 은퇴를 친구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은퇴자들이 오직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아오다 개인 자신을 위한 삶을 대비 못 한 경우에는 은퇴를 맞이하면서 마음의 홍역을 심하게 앓게 된다.
특히 정년퇴직이 아니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은퇴를 하게 된 경우에는 마음의 상처는 매우 깊고 크다.
그래서 배우자의 말 한마디가 주는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은퇴 후 부부관계의 기본은 각자의 행동에 토를 달기보다는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퇴한 배우자에게 어떤 말들이 마음의 상처를 줄까?

은퇴한 직후에는 그래도 배우자가 성심을 다해 신경을 쓴다.
평생을 직장에서 가족을 위해 고생한 배우자가 은퇴 직후
상심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축 처진 어깨로 기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반찬도 더 신경 써서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루종일 함께 하게 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삼시 세끼를 차려야 하는 배우자가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신은 집 말고 나갈 데가 그렇게 없어? 오라는 데가 하나도 없어?
하루 세끼 꼭 집에서 밥을 먹어야겠어?
당신도 이제는 집안일을 해야되는거 아냐? 등등
특히 은퇴한 후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경우에는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은퇴한 부부가 제2의 인생을 찾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중요한 것들

가족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제일 중요하다.
제 주변에 은퇴 후에도 오히려 더 부부애가 좋아지는 분들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자신도 언젠가는 퇴직한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릴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아이들이 직업 없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혹시라도 부끄러워할까봐 위축도 되고
가족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도 한단다.
하지만 어깨는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고 힘이 빠진다.
그럴 때 그래도 가장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의 말 한마디라고 한다.
“그동안 당신 참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가 어깨를 펴게 한다.
그리고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이제부터 저도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 테니까 걱정 마세요.”라는 말을 하면
마음 한켠이 저리도록 행복해진다고 한다.

은퇴 후 찾아오는 우울감 극복방법

은퇴 후 자신이 직장을 다닐 때와는 다르게 대우하는 가족들의 사소한 행동들로 인해서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직장을 찾아봐야겠어’라고 말한 배우자에게
“당신 나이와 스펙에 직장 찾기가 어디 쉬워?”라고 무시하는 듯한 말 한마디에 우울해진다고 한다.
또한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세탁기라도 좀 돌려놓으면 안 되냐?’는 말 한마디에 세탁기 사용법 하나 모르는 자신이 참 쓸모없는 인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울해졌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의 내용은 예리해도, 말의 표현은 부드럽게 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지만, 같은 말이라도 말의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감정이 상할 수도 있고 감정이 덜 상할 수도 있다.
다시 직장을 찾아봐야겠어라고 배우자가 말하면
‘당신 나이와 스펙에 직장 찾기가 어디 쉬워?” 대신에
‘당신처럼 능력 있고 성실한 사람을 채용하는 직장은 복 받은 거지요.’라고 바꿔서 말해보자.
은퇴한 배우자의 어깨가 조금은 으쓱해질 거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세탁기라도 좀 돌려놓으면 안 되냐?” 라는 말 대신에
“당신 혹시 세탁기 사용법이 궁금하면 알려줄게요.
내가 없는 동안에라도 당신이 말끔한 모습이면 좋겠어요. ”라고 바꿔서 말해보자.
은퇴한 배우자의 자존심이 덜 상할 거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운 법이다.
말의 표현을 곱게 하면
“당신이 집안일을 가르쳐주면 나도 열심히 해볼게”라는 말이 돌아올 확률이 높아진다.
자녀들이 은퇴한 부모에게 가장 힘을 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얼마 전 대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은퇴하신 지인분을 만났다.
딸이 이런 말을 했을 때 너무 고마웠단다.
“아빠, 저 수업과제 하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라는 말.
보통 해 뜨기 전 집을 나서서 해진 뒤 늦게 퇴근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어색해지기 쉽다.
“시험은 잘 봤니?”라는 부모의 첫마디부터가 부담스러워 싫다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평상시 대화가 자주 오간 사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거의 없다가 은퇴 후에 계속 마주치게 되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럴 때 자녀의 도와달라는 이런 말 한마디는
은퇴한 부모의 자존심과 존재감을 수직 상승시켜주는 비타민이다.

 

가족의 응원과 함께 은퇴한 자신의 긍정적인 생각의 결이 중요하다

은퇴를 앞둔 지인이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은퇴는 새로운 세계로의 새 출발’이라고.
그 지인은 평생 자신을 위해 식사를 챙겨준 아내를 위해
요리교실을 제일 먼저 등록할 거라고 한다.
왜냐하면 직장에 다니느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아내를 위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서란다.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도
부모가 자신의 삶을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노후에 대한 계획에 있어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걱정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좋다는 지인의 말에 공감한다.
은퇴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며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즐기는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지인의 모습이
설레 보였다.
이런 긍정의 기운이 가족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은퇴 후 빡빡했던 수첩의 스케줄이 어느 날 갑자기 텅 비어 버리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과 허무함이 밀려들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은퇴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방향을 밝은 쪽으로 기울여보자.
만일 청취자 여러분이 20세부터 60세까지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하면
총 11만 6,800시간을 일하게 된다.
그럼 은퇴한 뒤 60세부터 80세까지의 자유시간은 어떨까?
수면시간 8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총 11만 6,800시간으로 은퇴 전까지의 노동시간과 일치한다고 한다.
결국, 은퇴 전이 인생의 반을 보낸 것이었다면,
은퇴 후는 인생의 반이 남아있는 것이다.
은퇴 후야말로 조직이나 남 눈치 볼 것 없이
‘자신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되는 시기임을 기억하자.
무엇을 하던 자신 마음이며 그게 바로 열심히 일했던 은퇴자의 즐거움이다.
은퇴 후가 진짜 재미있는 자기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나이는 우리에게 흰머리와 주름살만 주는 게 아니다.
그 나이가 되어야만 비로소 어울리는 깊이 있는 멋도 함께 준다.
은퇴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 따위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은퇴를 ‘제2막의 인생’으로 설레면서 받아들여 보자.

숙명여자대학교 자문위원 및 멘토교수
박영실 서비스파워아카데미 대표
Executive Image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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