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와 태풍, 그리고 게임

입력 2003-09-19 09:53 수정 2003-09-19 09:53



이야기 1. 2가지 질문




1. 강남의 아파트 값이 어느날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여 1년 만에 2배가 뛰었다.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과 강북에 전세를 살고 있는 나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만약, 내가 강북에 집을 소유하고있는 사람이라면, 강남의 아파트 값 상승이 나의 재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2. 태풍 매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어떤 사람은 집이 통째로 날아갔고,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런데, 나는 태풍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럼, 태풍의 피해와 나의 재산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태풍 매미는 나의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얼마 전 강남 아파트에 대한 9.5대책이 발표될 때까지 강남의 아파트 값은 자고 일어나면 오르고 또 올랐다. 집 없는 사람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월급쟁이는 한 달에 100 만원씩 저축해서 1년에 1000만원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자신은 1년에 1000만원, 2000만원도 모으지 못하는데, 강남의 아파트 값은 2억씩, 3억씩 오르는 것을 보면 누구나 왠지 모를 좌절감과 절망감에 휩싸인다. 마치 지갑의 돈을 도둑맞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느낌은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강남의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에 내가 돈을 도둑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단지 느낌일까? 아니면, 실제로 나의 지갑에서 돈이 빠져 나와 강남의 부자들의 지갑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하여, 게임이론의 기본 개념을 도입하여 생각해보자.


게임에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과 넌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이 있다. 가령, 5명의 친구가 고스톱과 포커를 친다면,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 고스톱과 포커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이미 정해진 규모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성장이 없는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사람들은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된다.


반면,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게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돈을 얻기도 하고, 쇠퇴하는 시장에서는 모두 돈을 잃기도 한다. 넌제로섬 게임에서는 돈을 얻은 사람과 돈을 잃은 사람의 합이 영(zero)이 되지 않는다.




약간의 예를 더 생각해보자.


가령, 동네에 2개의 슈퍼마켓 A, B가 있다고 하자. 동네 슈퍼는 일반적으로 제로섬 게임을 한다. A가 장사가 잘되면, B는 장사가 잘 안 된다. 왜냐하면, 동네에서 소비되는 양은 거의 일정하고, 다른 동네 사람이 우리 동네까지 와서 물건을 사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10개의 가구점이 비슷한 위치에 모여있다고 하자. 그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일정 지역에 모여있어 다른 지역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다. 그들은 서로서로가 이득이 되는 넌제로섬 게임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구나 옷 등을 파는 특정한 지역에 가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이제, 강남의 아파트 값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 부동산이 제로섬 게임인지, 넌제로섬 게임인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이 활성화되면 산업 전반에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든다. 신도시의 개발이 그런 효과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강남의 아파트 값은 그냥 앉아서 거래도 거의 없이 가격만 오른다. 강남 아파트 값의 상승은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




약간은 유치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단순화 해보자.


우리 나라 사람이 모두 100명이고, 모두 재산이 만원씩이라고 치자. 그 중 한명의 돈이 마술로 10만원이 되었다면, 그 마술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나의 재산은 만원으로 변화가 없다. 그러나, 내 돈 만원의 가치는 예전의 만원이 아니라, 더 떨어졌을 것이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100명 중 한 명의 돈이 만원에서 갑자기 요술로 10만원이 된 것은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 나와 그의 지갑으로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돈의 총량은 늘었지만,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강남의 아파트 값이 이유없이 오르는 것은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 나와 강남의 부자들 지갑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너무 강해지면, 요즘 인기 있는 이민을 고려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제 태풍에 관한 2번째 문제도 생각해보자. 이번에도 우리 나라 사람이 100명이고, 모두 재산이 만원인 경우를 생각하자. 태풍으로 피해를 본 것은 100명 중 한 명이 자신의 돈 만원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그가 잃은 돈이 내 지갑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화량과 돈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내가 갖고 있는 만원의 가치가 얼마만큼은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지갑에 돈이 들어온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우리 나라 사람이 100명이고 그 중 한명이 만원을 잃어버린 것이 명확하다면 조폐공사에서 만원을 찍어서 그 한명에게 주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 안타까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태풍 피해 복구에 어느 정도는 재산에 비례하여 의무적으로 성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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