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를 통해 물건의 판매하는 중국 상인의 모습 (출처: Lost Plate)

인류의 역사에서 화폐를 이야기할 때 정치나 종교와 같은 요소들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간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구석기 시대에 물물 교환을 시작으로 현물 화폐, 금속 화폐, 동전, 지폐 등 화폐의 형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경우 동전, 지폐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폰이 발전함에 따라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1995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이베이(eBay)는 온라인 쇼핑몰과 옥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팔게끔 하여 현재 33조의 시가총액을 가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이야 물건을 살 때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베이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편지를 통해 수표 또는 현금을 판매자한테 보내고 판매자가 금액을 확인한 뒤에 물품을 보내는 방식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온라인상에서의 결제 방식과 관련된 소비자의 불편함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페이팔(PayPal)이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피터 티엘(Peter Thiel),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 현재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에 의해 만들어진 페이팔은 온라인상에서 금전 거래를 쉽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페이팔의 온라인 금전 거래 플랫폼 개척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발전은 모바일 결제 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단 몇 초 안에 간편히 금전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는 현재 벤모(Venmo), 페이팔, 스퀘어 캐쉬(Square Cash) 등의 앱이 있고 한국에서는 카카오 머니, 토스 등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가게에서 돈을 낼 때 스마트폰에 내장된 애플 페이 혹은 삼성 페이를 이용해서 결제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애플 페이와 삼성 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각 애플 혹은 삼성의 스마트폰이 필수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중국은 스마트폰의 기종과 관계없이 앱만 있으면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QR코드는 1994년 일본 덴소웨이브사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이다. 중국의 기업들은 과거부터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인프라 문제로 미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던 환경에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QR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간편하게 QR코드를 스캔하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의 제품을 개발하였다. 대표적인 앱으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있다.

QR코드 기반의 결제 방식은 현재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로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은 값비싼 카드 리더기를 구매하는 대신 포장마차에 QR코드를 붙여놓는다. 손님은 음식을 주문 후 코드를 스캔하여 단 몇 초 만에 돈을 지불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거지들은 몸에 QR코드를 붙여 돈을 구걸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 외에도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중국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고 중국 사람들은 이제 현금 사용을 오히려 꺼릴 정도로 QR코드 기반의 금전 거래에 익숙해졌다.

위챗페이는 현재 약 9억 명 그리고 알리페이는 약 5억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애플 페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3000만 명만이 이용한다. 이미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서양권의 규모를 뛰어넘은 지 오래이며 이 숫자는 미래에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대한 사용자 수를 앞세워 어느 나라보다도 더 빠르고 혁신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 중국이 미래에 어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지 매우 기대된다.

 

김경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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