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로또를 샀다

입력 2003-02-06 10:07 수정 2003-02-06 10:07



이야기 1.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1. 16년 전 서울에서 행상을 하던 50대 남자가 1억 원짜리 주택복권에 당첨되면서 장사를 때려치우고 흥청거렸다. 그는 최근 쫄딱 망했다.돈이 생기자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며 부인한테 생활비는 고사하고 폭행만 일삼다 쇠고랑을 찬 것이다.결국 돈이 원수였다.




2. 미국 로스앤젤리스의 한 40대 여인은 1997년에 1백30만 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됐으나 남편한테 숨기고 이혼했다.그렇잖으면 남편과 절반씩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해 말 복권회사의 우편물이 잘못 배달되면서 들통났고 법원은 전액을 남편한테 넘기라고 판결했다.




3. 자동차 수리공 쿠니는 11년 전 행운을 얻어 26세의 나이에 무려 2070만 달러(약 240억원)에 달하는 복권에 당첨됐다. 그 대박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같은 생활을 하겠다는 당첨소감은 불과 며칠 가지 못했다. 먼저 자신이 일하던 자동차 판매회사를 인수하고, 그의 부인도 도너츠 가게를 그만두었다. 이 가정은 일시적인 소득의 증가로 소비문화가 완전히 바뀌어 상류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가 인수한 기업은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해졌고, 넘치는 돈으로 투자했던 모든 사업이 순조롭지 못했다. 그 결과 부인과 이혼해 가정이 파탄에 이르고, 재산을 탕진하고 빚에 얽매여 전전긍긍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4. 부산 기장군 안 모씨(50)는 부인이 지난해 2억 3천만원을 횡재했다. 부부는 상의 끝에 1억 2천만원으로 농장과 낚싯배를 샀다. 나머지는 부인 통장에 넣었다. 이후 둘은 씀씀이가 커졌고 1년도 안돼 무일푼이 됐다. 쪼들린 부인은 가출했고 8개월 만에 집을 찾았다. 화난 남편은 부인의 온몸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구속됐다.







이번 주 로또(Lotto) 복권의 예상 당첨금은 1000억이다. 1000억!!


우리 회사 건물의 1층에는 국민은행이 있다. 요즘, 건물을 들어서다 은행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은행 안에는 하루종일 긴 줄로 북적거린다. 은행의 다른 업무까지 방해 받을 정도로 하루종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바로 로또 때문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느라 1주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나도 얼마 전 뉴스에서 60억이 넘는 복권에 당첨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약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혼자서 상상했다.


지난 주에는 예상 당첨금이 200억이었다. 또, 상상이 되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결국 1층 국민은행에 가서 긴 줄을 서서 로또를 샀다. 그리고, 1주일 내내 틈틈이 상상을 했다. 나는 상상으로 세계 여행을 다녔고, 고급빌라와 빌딩을 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상상하는데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첨이 되지 않아도 망상으로 1주일을 보내면 즐겁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지만, 현실과는 전혀 다른 망상으로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나는 부자들은 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부자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익숙하다. 상상하고, 망상하며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추진한다. 큰 기업을 일구는 일은 큰 비전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것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렇게 출발한 모든 기업이 크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큰 그림을 그리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부자의 조건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기업을 이루는 사람에게는 몽상이 필요하지만, 몽상가 중에는 실업자들이 많다. 상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부자의 조건이라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부자의 조건이다. 상상력 없이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큰 부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하고 몽상만 하는 사람은 실업자가 되기 쉽다.






즐거운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 즐겁다. 그러나, 거기에 너무 빠지면 현실적인 일에서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도 부자처럼 생각해보자. 부자들은 복권을 사지 않는다. 복권의 당첨금은 가난한 사람들의 푼돈이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이번 주 당첨금이 1000억 이라지 않나. 나는 딱 한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번 주만’ 하는 생각으로 한번 더 로또를 샀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418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713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