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시간 원리는 신화인가?

입력 2014-07-06 00:26 수정 2014-08-19 10:29
1만시간의 원리가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계획적인 훈련(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앤더스 에릭슨 교수가

콜로라도 대학에 있을 때 1993년 "심리학 평론(Psychological Review)" 100권 3호에

게재한 논문 "전문역량 습득에 의도적 연습의 역할(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이후 글래드웰의 “이상자(Outlier)”등과 같은 대중서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1만’이란 숫자는 독일

서베를린 음악원(Hochschule der Kuenste) 학생들의 연습량에서 나왔습니다. 에릭슨등 공동연구진은 서베를린 음악원 교수로부터 최우수(best) 학생과

우수(good) 학생을 추천 받아 이들의 일상을 추적했습니다. 최우수와

우수의 결정적인 차이는 연습량에 있었습니다. 최우수 집단은 1만

시간 연습량을 채운 반면, 우수 집단은 연습량이 7,8천시간에

그쳤습니다
아래 그림은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연습시간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20세가 됐을 때 전문가는 1만시간의 연습시간을 채우지만, 아마추어의 연습량은 2천시간에 그칩니다.

 에릭슨은 이 연구 결과를 확장시켜, 음악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계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에릭슨의 1만 시간 원리에 대한 반론이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1만 시간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햄브릭 등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

등의 공동연구진은 학술지 “지능(Intelligence)” 2014년 45권에 “계획적 훈련: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전부인가? (Deliberate practice: Is that all it takes to

become an expert?)”를 통해 전문가가 되는데 필요한 훈련시간은 평균적으로 1만

시간인 것은 맞지만, 개인적인 편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체스의 대가(master)가 되는데 필요한 훈련 시간은

평균 1만 시간이지만, 분석 대상자의 17% 정도는 불과 3천시간 정도의 훈련만으로 대가 반열에 오른 반면, 또 다른 17%는 1만 7천시간이나 투여했습니다.

 

햄브릭은 또한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예정인 논문 “음악, 게임, 운동, 교육, 및 전문직의

계획적 훈련과 성과: 종합분석(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을 통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는데 계획적인 훈련이 기여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데 계획적인 훈련이 기여하는

비중이 26%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지적전문 분야(의사, 변호사 등)는 계획적

훈련 기여도가 1%에 불과했습니다.

 

1만 시간 원리에 대해 학계는 논쟁 중입니다. 학술지 “지능(Intelligence)”은

지난 봄 특별 호를 간행해 1만 시간의 원리에 대한 논문을 17편이나

게재했습니다. 에릭슨의 연구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 그리고

재재반박하는 논문들입니다.

 

1만 시간의 원리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학계 바깥의 일반인들에게 주는

실용적 함의는 다릅니다. 학문적으로는 인간 행동 및 능력의 결정요인에 대한 천성과 환경 논쟁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1만 시간은 환경적 요소를 강조한 접근입니다. 이를

반박하는 연구는 천성에 더 초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만 시간의 원리를 둘러싼 논쟁이 학계 바깥의 일반인들에게 주는 실용적 함의가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 이외의 요소, 즉 지능이나 작업기업 등과

같은 요소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습니다. 타고난 요소는 바꿀 수 없습니다. 반면 훈련은 변수입니다. 즉, 전문가가 되는데 계획적인 훈련이 기여하는

비중이 아무리 작더라도, 인간이 노력에 의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계획적 훈련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채울 수 있는 게 연습량입니다. 평균적인 사람들(통계적으로 1표준편차 이내의 사람, 약 67%)은 1만 시간

정도의 계획적인 훈련을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나머지 33%는 1만 시간이란 양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스니다. 그 연습량이 누구에게는 3천시간에 불과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2만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상당량의 연습이 필요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아무리 연습해도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모짜르트, 피카소 혹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충분히 연습하면 전문가로서 당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계획적으로 꾸준하게 갈고 닦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김연아라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 상당의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1만 시간의 계획적 훈련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변수 중에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만 시간의 원리는 신화가

아닙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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