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고두현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길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짧게 그 상황만 묘사하면 이렇다.

외환위기 때 어머니 먼 길 떠나시고, 이듬해 여름 어느 날. 남부 지방에 큰비 오고 장마 진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경남 지역번호 055를 누르고, 다음 번호를 누르려는데 그때야 생각이 났다. 아, 참, 어머니 돌아가셨지…….
오늘, 어머니 살아계실 때 생각하며 '어머니 핸드폰'이라는 시를 다시 꺼내 읽어본다.

           어머니 핸드폰

                                                고두현


야야 아엠에프가 다시 왔다냐 다들 와 이럴꼬

옛날엔 생선 함지 하루 종일 다리품 팔다

남은 갈치 꼬리 모아 따순 저녁 묵었는데

 

야야 춥고 힘들어도 그때만 하겄느냐

니 동생 준답시고 배급빵 챙겼다가

흙 묻을라 바람 마를라 오매불망

신발주머니에 넣고 오던 그 맘만 있어도 견딜 테니

 

아엠에픈가 뭐신가 그때보담 안 낫겄나

그런데 그 얘기마저 다 하자믄 끝없으니

이따가 나중 허자 핸도폰 값 올라간다.

 

 

 
고두현/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 거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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