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가 뭉치면 시대정신이 되고, 소비자 욕구가 뭉치면 트렌드가 된다. 국가나 기업은 이러한 시대정신, 트렌드를 따라가는게 순리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정신이나 트렌드에 따라 프레임(관점)을 바꿔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 프레임이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고의 틀이다. 관점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혁신이 일어난다.
1991년,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현은 태풍으로 90%의 사과가 떨어졌다. 모두 망했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 관점을 달리해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사과를 입시 철 ‘합격 사과’라고 이름 붙여 평소 가격의 10배로 팔아 대박이 났다.

우리나라는 생사를 넘나드는 6.25를 겪고, 월남전에 투입되고, 독일에 가서 광부나 간호사로 일했던 역사가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배운 국민들의 위기의식과 근면성, 그리고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새마을운동, 5개년 계획 등의 산업정책을 성공적으로 전개했고, 석유파동과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잘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변했고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정부 주도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해가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금의 시대정신과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사회문제가 이슈가 되는 시대다.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된 20~30대 젊은 세대가 점점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쇼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런서들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프레임은 과거 산업화시대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프레임과 행동은 과거와 뭐가 달라졌는가?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니까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계산기가 확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과거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최저 임금을 정부가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의존성만 높이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만을 지원하는 것도 옳지 않다. 대기업이 약해지면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상생 협력이 활성화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면 된다. 특히,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이 스스로 임금을 높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도록 정부의 모든 지원이 집중돼야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즉,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많이 육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산업의 변화로 정규직, 비정규직도 그 차이가 애매해졌다. 모바일의 대중화로 멀티잡(Multi-Job)이 가능해지고, 프리랜서 직업이 늘고 있는 추세에 정규직을 늘리는 것도 왠지 어색한 느낌이다. 즉, 모든 경제의 중심축이 소비자 중심, 시장 중심으로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요즈음 시계를 시간을 보기 위해서 차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 관점에서 시계를 패션으로 더 나아가 보석으로 관점을 바꾸면서 새로운 기회시장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자리 창출, 강소기업 육성 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를 과거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프레임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링컨 대통령은 그 당시 이슈였던 ‘노예 해방’을 통해 미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회로 만들었다. 이순신 장군은 원래 두만강에서 여진족과 싸웠던 육군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을 맞아 육군처럼 사거리 내에서 백병전으로 싸우지 않고, 장수와 병사, 그리고 백성이 혼연일체가 되어 해군의 프레임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근로자가 서로 힘을 합쳐 시대정신과 시장의 흐름에 맞는 프레임으로 경제 이슈를 해결하고, 확실한 선진국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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