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은 정답이 없는 함수다. 물질과 행복이 함께 커지기도 하고, 물질은 커졌는데 행복은 거꾸로 쪼그라들기도 한다. 돈과 행복은 철학의 영원한 주제다. 누구도 정답이 아닌 각자의 해답을 내놓는, 그래서 무궁히 이어지는 철학적 사유의 단골 메뉴다. 인간은 ‘많음(多)’을 욕망한다. 돈이 더 많아지고, 권력이 더 강해지고, 인기가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 욕망은 늘 위를 향한다. 한데 그 위에 행복이 앉아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건국의 스토리는 대동소이하다. 믿을 만한 신하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세운 뒤 하나둘 그들을 숙청한다. 막강 공신의 힘은 자칫 군주를 향한 비수가 되는 까닭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도 다르지 않았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왕실의 안정을 위해 개국 공신들을 줄줄이 내쳤다.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은 한신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한나라를 건국한 공의 3분의 2는 한신 몫이라고 했다.
항우군 토벌에 결정적 공으로 초왕이 된 한신은 한의 왕실에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그는 본래 항우의 수하에 있다가 유방이 촉으로 들어간 뒤 한나라에 귀순했다. 제나라를 정복한 뒤 스스로 제왕에 올랐고, 초에 들어가서는 항우의 장수였던 종리매를 비호하기도 했다. 이제 유방에게 한신은 ‘사냥을 마친 개’였다. 한신 자신의 표현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고조 유방이 계락을 써 한신을 포박 압송해 회음후로 좌천시키고 도읍 장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다. “과인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는가?” “황송하오나 폐하는 10만을 거느리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럼 그대는 어떠한가?” “신은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그럼 그대는 어찌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되었는가?” “그건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오라 장수의 장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이옵니다.” 《사기》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는 말로 고조의 의심을 더 산 한신은 결국 자신은 물론 삼족이 죽임을 당했다. 어쩌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다다익선’에 매몰돼 사는지도 모른다. 많이 쥐면 행복하다는 믿음에 평생을 움켜쥐고, 높이 오르면 행복하다는 착각에 평생을 올려만 보며  사는지도 모른다. 많을수록, 높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당신이 많은 물질의 종이 되고, 감당치 못할 높이에 현기증을 느낀다면 그건 다다익선이 아니라 다다익손(多多益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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