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의 역설

입력 2013-08-30 13:49 수정 2013-08-30 13:51
 19세기 초 헝가리의 외과의사였던 익나즈 세멜바이스를 괴롭히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는 산모의 사망률이 산파의 경우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산파의 도움을 받을 때는 2%대였는데, 의사의 경우는 무려 7%대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으로 산부인과를 설치한 비엔나종합병원에서 말입니다.

 

당시 비엔나종합병원의 산과에서 전문의 수련 중이던 세멜바이스가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의사가 분만을 도울 때 사망률이 당연히 낮아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이니 말입니다.  

 

세멜바이스가 찾아낸 원인은 보면 아주 단순했습니다. 당시 의사들이 손을 소독하지 않은 채로 시술했던 관행이 문제였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관행이지만, 당시에는 세균이 병을 옮긴다는 “병균이론(germ theory)”이 인정받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세멜바이스는 그의 관찰을 토대로 실험했습니다. 분만을 돕기 전에 염소로 손을 소독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사망률이 1%대로 떨어졌습니다. 산파가 2%였으니 이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당시 의학계는 세멜바이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병균이론이 의학계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때입니다.

 

병균의 존재는 인류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병균은 인류와 가장 치열한 전쟁상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전쟁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18세기 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전쟁상대가 참 역설적입니다. 우리 몸에서 완전하게 퇴치할 경우, 오히려 역설적으로 우리의 몸이 취약한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싸울 병균이 없어지고 나면 몸의 면역체계가 엉뚱하게 우리의 몸 자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아토피나 각종 알러지의 원인이 바로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병균적 질병의 발병과 알러지의 발병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간의 몸이 감내할 정도의 병균은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손을 소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병균을 모두 없애버리면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적당히 더럽게 살자고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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