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유형의 진보

입력 2013-08-26 12:10 수정 2013-08-26 14:26


사람들은 현상을 둘로 나눠 설명하기를 좋아합니다. 이 세상이 2가지 측면을 갖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인간의 두뇌가 세상을 둘로 나눠 보는 것이 수월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이런 성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수정당-진보정당, 우파-좌파 등 둘로 나눠 편을 만들고 경쟁합니다.

 

이렇게 둘로 구분하는 방식에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장점은 간결하고 명확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본질은 제대로 파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진보나 보수에 대한 이해도 같습니다.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동질적이라기 보다는 이질적이고,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진보하라고 할 때 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진보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것보다는 새로운 것이 더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비판형과 생산형입니다. 둘 다 현상을 유지하기 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이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크게 다릅니다.

 

환경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비판형은 기존의 에너지 생산기술이나 생산체제에 무엇이 문제인지에 주목합니다. 반면 생산형은 문제해결 방법 자체를 찾는데 주목합니다. 이때 외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진보는 비판형입니다. 목소리를 높여야 비판의 소리가 전달되니까요. 하지만 비판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에너지생산체제를 없애는 것으로는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체에너지를 모색하는 사람들은 생산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기술을 개발하고, 전기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까지 전기생산단가가 가장 저렴한 게 핵발전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 많은 나라에서 핵발전에 에너지생산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핵폐기물처리비용을 포함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현재 우리 세대가 핵발전에 의존하는 행태는 우리의 아들 딸에게 비용을 떠 안겨버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가 등 따습게 살자고 돈을 왕창 댕겨 쓰고, 내 아들 딸 손녀 손자에게 갚으라고 하는 격입니다.

 

후안무치라고 비난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환경문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비판형이건 생산형이건 모두 핵발전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발상을 근본적으로 뒤 짚은 생산형 진보가 레슬리 드완입니다. 미국 MIT에서 간행하는 "기술평론(Technology Review)"에서 35세 이하의 혁신가 중에서도 혁신가 로 소개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레슬리 드완은 핵발전이 정말로 저렴한 에너지 생산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럴 때는 대체로 핵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중화하는 쪽으로 머리를 쓸 텐데, 드완은 발상을 바꿔, 핵폐기물 자체를 핵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이름하여 핵폐기물 폐기 용융소금 리액터(Waste-Annihilating Molten-Salt Reactor(WAMSR)입니다. 현재 트랜스아토믹파워 (Transatomic Power)를 설립해, 이 획기적인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아토믹파워의 근본 기술은 냉매를 물 대신 소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1950년에 나왔지만, 에너지생산 효율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레슬리 드완이 효율을 30배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지요. 현재는 180페이지짜리 문서에만 존재합니다.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5차례의 실험을 해야 하는데 한번에 10억 원정도 든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수천억 원이 드는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네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기술의 중요성에 비하면 그리 큰 돈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제정치적인 이유로 핵폐기물 재처리를 할 수 없는 나라에서 긴요한 기술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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